8살에 일가족 잃은 제주 할머니, 평생 '생선' 못 드신 이유
4·3사건으로 8살 때 일가족을 모두 잃은 1942년생 김연옥 할머니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주 할머니가 평생 생선을 입에 대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019년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희생자 가족인 김연옥 할머니의 손녀 정향신씨가 발언하는 장면 일부분이었다.
당시 정씨는 "할머니는 고기(생선)를 안 드신다"며 "부모, 형제 모두 바다에 떠내려가 물고기에 다 뜯겨 먹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더라. 어릴 때부터 꾹 참고 멸치 하나조차 먹지 않았다는 사실도 나는 최근에 알았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또 "나는 할머니에 대해 몰랐던 게 많았다. 글을 쓸 줄 모르셨더라. 세뱃돈 봉투에 내 이름 세 글자를 써줬던 2년 전(2017년)에 처음 알았다"며 "할머니 머리에 아기 주먹만 한 움푹 파인 상처가 있다. 그게 4.3 후유 장애였다는 것도 작년(2018년) 4월에야 알았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할머니의 바다를 이제야 알게 됐다. 너무나 죄송하다"며 할머니를 향해 "자식들에게 못 해준 게 많다고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할머니 우는 것보다 웃는 게 훨씬 예쁘다"면서 발언을 마무리했다.
제주 4·3은 지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제주 4.3 진상조사 보고서(2003)'에 따르면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심해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명시돼 있다. 1948년 당시 제주 인구 9분의 1 수준인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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