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단축 근무 사흘째…"직원들은 무슨 죄로 희생양 되나"
전공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사흘째 단축 근무를 하는 사이,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자를 줄인 주요 대학병원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직원 무급휴가’ 등 조치를 시행하자 병원 노조는 “경영상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빅5’ 병원 중 가장 먼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등)과 서울아산병원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두 병원은 간호사 등 병원 직원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직원 무급휴가 기간을 최대 한 달에서 100일까지 늘리기로 했다.
직원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경민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 지부장은 “무급휴가 기간을 100일 늘렸으니까, 그다음은 무급휴직을 언급할 것이 뻔하다”며 “휴직은 며칠씩이 아니라 몇 개월 가야 할 텐데 그동안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병원 직원들은 일방적인 임금 삭감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 노조 위원장은 “병원 측에선 ‘무급휴가는 자율’이라고 표현하지만 중간관리자는 면담에서 ‘어떻게 할 거냐’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압박을 받고 싶지 않아서 무급휴가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현재까지 2000명 정도가 무급휴가를 간 것으로 노조는 파악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료연대본부는 “병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병원의 손실을 충당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19개 수련병원 노조는 지난 1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각 의료기관은 병원 노동자에게 ‘고통 분담’을 가장한 ‘고통 전가’를 하지 말고 노사 합의를 거쳐 비상사태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큰 불만은 병원 경영진이 의료진의 이탈을 막으려는 최소한의 노력 없이 ‘비상경영’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이 지부장은 “전공의·교수를 빨리 설득해 돌아오게 하는 게 병원의 역할인데, 오히려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 권 위원장은 “비상경영이라면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한 다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언해야 할 것”이라며 “경영진이 이탈한 전공의·교수들 붙잡는 노력도 하지 않고, 경영진이 잘못해서 벌어진 일에 왜 직원들이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하냐”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 3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병원협회와 만나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한 자리에서 상급종합병원장들은 경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조 장관에게 “실효성 있는 재정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 이후 중증·응급환자 중심의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예비비(1285억원), 건강보험 재정(3764억원) 등 5000억원 넘는 재원이 투입됐다. 복지부는 비상진료 지원을 위해 지난달 28일 응급실 의료행위 보상 강화 등 월 1882억원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한차례 연장했다. 소아, 분만, 응급,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 서비스에 대한 재정 투입도 확대할 계획이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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