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는 가라”… 작품이 된 돌봄노동, 여성 굴레를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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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은 누구의 몫인가.
가사와 육아는 물론 부모 부양조차 집안 장남이 아니라 K-컬처를 빗대 'K-장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에게 부담이 쏠리고 있다.
그 조합이 낯설어 영상을 보다 보면 육아, 가사, 수발 등에서 항상 여성을 돌보는 자로 여긴 상식이 사실은 가부장 이데올로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출산과 육아는 모든 직장여성에게 이중고이지만 여성 예술가에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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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여성 이미지 표현에 반기
돌봄 노동은 누구의 몫인가. 가사와 육아는 물론 부모 부양조차 집안 장남이 아니라 K-컬처를 빗대 ‘K-장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성에게 부담이 쏠리고 있다.
사립미술관 송은이 주관하는 송은미술대상의 2020년 수상자 조영주(46)씨가 대상 수상 기념 개인전 ‘카덴짜’를 한다. 작가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돌봄 노동이나 매체에서의 여성의 이미지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작가는 퍼포먼스나 퍼포먼스를 찍은 영상 작업, 설치 미술을 통해 이런 주제를 다룬다.
이를테면 두 명의 남자 노인, 남자 어른과 소년,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돌봄 관계의 전형성을 깨는 세 커플이 등장해 다양한 동작을 하는 영상이 있다. 그 조합이 낯설어 영상을 보다 보면 육아, 가사, 수발 등에서 항상 여성을 돌보는 자로 여긴 상식이 사실은 가부장 이데올로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육아의 경험을 기호화해 악보처럼 풀어낸 작품 앞에서는 짠해진다. 출산과 육아는 모든 직장여성에게 이중고이지만 여성 예술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여성 작가 조영주 역시 출산 이후 육아와 미술 작업을 오가며 업무 전환의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시 생각해낸 것이 육아를 매뉴얼화해 매일 육아 메모를 하면서 수유, 소변, 대변, 기저귀 갈기 등을 ‘V’ ‘O’ 등으로 기호화했다. 당시의 육아 노트는 전시장 복도에 깔린 긴 카펫 같은 작품으로 거듭났다. 하루 24시간이 시간 단위 눈금으로 표시돼 있고 각종 육아 관련 기호가 터프팅 기법으로 수놓아져 마치 오선지 악보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길고 긴 고난의 시기였다.
전시 제목 카덴짜는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 연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마련된 독주 부분을 의미하는 ‘카덴짜 피오리투라’에서 땄다.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 그거야말로 우리 시대 돌봄 노동에서 필요한 일이 아닐까. 14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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