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인하 경쟁... 이젠 두렵기까지 합니다

길한샘 2024. 4.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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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DM] 근로기준법 적용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의 애환

'DM'을 아시나요? 다이렉트 메시지(Direct Message)의 약자인 디엠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저들이 1대 1로 보내는 메시지를 의미합니다.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가겠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이 DM 보내듯 원하는 바를 '다이렉트로'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마이뉴스>는 시민들이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진솔하게 담은 DM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길한샘 기자]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국회의원을 기다립니다.
ⓒ 오마이뉴스
 
"에휴... 200원이 깎였네요..."

한 동료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나왔다. 배달중개앱에 뜬 콜은 기본배달료보다 200원이 깎여 있었다. 작년부터 배달대행사들이 '배달료 인하'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배달료를 낮춰야 더 많은 상점을 영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대행사들은 배달료를 낮추면서도 '고통 분담'을 하지 않았다. 본인들의 이윤을 유지한 채 배달노동자의 '건당 임금'만 줄였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배달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할 제도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하루아침에 깎이는 건당 임금에 불만을 토로했다. 혹여 여기서 더 깎이는 건 아닐지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했다. 요즘에는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근무 시간이 이전보다 1~2시간 늘었다고 했다. 무리한 운전도 이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배달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 앞을 주시하는 배달노동자 배달노동자가 앞을 주시하고 있다.
ⓒ 길한샘
 
배달노동자의 건당 임금에는 하한선이 없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달대행사들의 '배달료 인하' 경쟁은 배달노동자의 임금을 바닥으로 이끈다. 나아가 배달노동자의 장시간노동과 산재사고를 심화시킨다.

라이더유니온은 작년에 배달노동자 10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배달노동자들은 2023년 1~5월간 실소득으로 월 평균 220만 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0시간, 주 6일 일하는 것을 고려하면, 평균 시급은 최저임금 미만이었다.

배달업은 현재 산재사고 1위인 업종이다. 산재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배달노동자의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이 산재사고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면 산재사고가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최저임금 적용 요구를 거부한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미적용은 배달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웹툰 작가, 방송 프리랜서, 학습지 교사, 방과후 강사 등에게도 해당되는 문제다. 마찬가지로 이들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과 관련해서도 이미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근로기준법 제47조 및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법 조항은 '사용자가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면 근로자의 생산량의 일정단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표준 단위를 개발하거나, 최저임금과 유사한 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금은 일몰된 '안전운임제'다. 이 제도는 특수고용자인 화물노동자에게 최저임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적과 과로가 일상인 화물노동자가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이와 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플랫폼노동자 보호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연합
 
▲ 우천 중 일하는 배달노동자 배달노동자가 우천 중 일하고 있다.
ⓒ 길한샘
 
한국의 상황과 달리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은 국제적인 흐름이다. 뉴욕,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는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2019년 캘리포니아주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추정하고, 노동자 아님의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했다. 마찬가지로 스페인도 2021년 음식배달 플랫폼노동자를 아예 노동자로 추정하는 '라이더법'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1일 플랫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에서 '플랫폼노동 지침(Platform Work Directive)'을 통과시켰다. 온전히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내용까지 담지 못했지만, 이로써 플랫폼노동자 보호 방안은 국제적인 화두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국회이길

정치권은 너도 나도 플랫폼을 혁신이라고 말한다. 국가가 나서서 플랫폼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노동법 바깥에 놓인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를 주의 깊게 다루진 않는 듯하다.

3.3% 소득세를 내는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700만 명을 넘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와 비교해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최저임금 미적용뿐만 아니라 여러 차별을 겪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지역가입자로서 사업주의 분담 없이 전액을 납부하고 있다. 산재보험료의 경우 사업주가 전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와 반씩 납부하고 있다.

또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게 유급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휴게시간과 휴게시설도 보장받지 못한다. 그리고 일하면서 생긴 경비도 사업주가 아닌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가 모두 책임지고 있다.

차별을 시정할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이제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에서 나는 '모든 노동자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정당에 투표할 것이다. 제22대 국회는 필요하다면 근로기준법의 개정까지 고민하는 의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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