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 대책회의서 "기동대 다시 신청하란 말 들었다" [이태원 공판기]
[김성욱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태원 참사 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이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지원을 요청하라고 지시했었다는 경찰 내부 증언이 1일 법정에서 나왔다.
앞서 참사 직후부터 기동대 요청 여부를 두고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주장이 엇갈려 책임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김광호 전 청장은 기동대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고, 실제 참사 당일 기동대는 지원되지 않았다. 만일 이번 증언이 사실이라면 '윗선'인 김광호 전 청장의 책임소재가 더 무거워질 수 있다.
이태원 참사 때 용산서 생활질서계장이었던 오세복 경위는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김병일·백송이) 심리로 열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10월 27일 핼러윈 데이 대책회의에서 이임재 전 서장이 '지난번에 요청한 기동대는 아직도 안 되는 거죠?'라고 물었고, (용산서 112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기동대 지원이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는 '그래도 다시 한번 신청해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2022년 10월 27일은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 발생 이틀 전이다.
이 증언은 용산서로부터 '교통기동대(교기대)' 지원 요청만 있었을 뿐, '경비기동대' 지원 요청은 없었다고 했던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측 주장과 충돌된다. 오 경위는 "이 전 서장은 (교기대가 아닌)'기동대'라고 했다"면서 "경찰에서 '기동대'라고 하면 보통 경비기동대를 말하지, 교통기동대를 '기동대'라고 부르진 않는다. 교통기동대는 '교기대'라고 따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경찰들에 따르면 서울청 기동대 전체 인력의 90%는 경비기동대로, 교통기동대는 10%에 불과하다. 참사 당일 이태원에는 약 20명 규모의 교통기동대 1개 제대만 배치됐을 뿐, 일반 기동대(경비기동대)는 배치되지 않았다.
오 경위는 "기동대 요청 문제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 이후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들이 나왔지만, 다른 직원들하고도 계속 같이 얘기했던 내용이라 향후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이후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이 '기억나지 않다'거나 '잘 모른다'고 해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이임재 전 서장이 지원을 요청한 게 '교통기동대'일 뿐이었다는 주장은 김광호 전 청장은 물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송병주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도 함께 펴고 있다. 송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도 이임재 전 서장의 '기동대' 요청 지시가 있었던 건 맞지만 '경비기동대' 요청을 의미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주관 부서였던 용산서 112 상황실의 책임자로서 본인의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 이태원 참사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3월 1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
ⓒ 김성욱 |
한편, 오세복 경위는 이태원 참사 당일 용산서 생활질서계 역시 마약 단속을 나갈 계획이었다고도 했다.
오 경위는 생활질서계의 핼러윈 대처 계획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형사계 직원 3명과 저희(생활질서계) 직원 1명이 합동으로 마약단속을 나가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생활질서계가 마약단속에 나간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라며 "그날(참사 당일) 생활질서계까지 마약 단속에 나갔다는 건, 거의 웬만한 이태원에 있는 직원들이 다 마약단속에 투입됐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 생활질서계는 보통 유실물 업무나 총포화약류 단속·허가, 음란·퇴폐 풍속사범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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