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 일주일 이내 치료 시작해야

민태원 2024. 4.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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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돌발성 난청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스트레스 많은 30~50대서 빈발
특발성 많지만 감염 등도 원인
환자 1~3%서 청신경 종양 발견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로 치료
환자 ⅓만 완치… ⅓은 청력 훼손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가 귀 모형을 이용해 돌발성 난청의 발병 기전과 증상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50대 김모씨는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 친지들과 통화를 하다 상대방 목소리가 잘 안 들리고 귀가 먹먹한 경험을 했다. 전화기가 고장 났나 하고 반대쪽 귀로 들어보니 제대로 들렸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진찰 결과는 '돌발성 난청'. 김씨는 다행히 증상이 발생하고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 얼마 뒤 청력이 돌아왔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귀지 등으로 귓구멍이 막힌 경우도 있으나, 귓구멍이나 고막 이상 없이도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일 수 있다.

대개 누군가와 통화할 때 잘 인지된다. 최정환 인제대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일 “돌발성 난청은 골든타임을 넘기면 청력을 잃을 수도 있는 응급 질환”이라며 “1주일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에게 사회활동이 많은 30~50대,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발생이 잦은 돌발성 난청에 대해 들어봤다.

-어떨 때 진단되나.

“의학적으론 순음청력검사의 3개 이상 연속된 주파수에서 30㏈(㏈) 이상의 청력 손실이 최근 3일 이내에 발생할 때 진단을 내린다. 30㏈은 약간 큰 소리로 대화해야 알아들을 정도다. 자신의 말이 울려서 들리거나 귀가 뭔가로 꽉 찬 느낌이 든다.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 두통, 어지럼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잘 생기는 연령대와 상황은.

“사회활동이 활발한 30~50대에서 60% 이상 발병한다. 국내에선 연간 10만명 당 10명 이상의 유병률을 보이며 매년 전국에서 5000명 정도의 환자 발생이 보고된다. 주로 이사, 결혼, 초상같이 힘든 일을 겪거나 시험 준비·이직 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신체 면역력이 약해질 때다.”

-원인은 뭔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인 경우가 많으나, 사후 해부를 통해 단순포진, 간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바이러스 감염이나 혈관 장애가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또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풍진·홍역,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안면신경마비에서 동반되기도 한다. 외력에 의한 달팽이관 림프액 누출, 급·만성 중이염에 따른 화농성(고름) 염증, 사고 충격에 의한 내이(內耳) 진탕 등도 한쪽 귀의 난청을 유발한다.”

-검사 시 주의할 점은.

“돌발성 난청은 청력 저하가 주 증상이지만 어지럼증이 동반되면 예후가 좋지 않다. 이땐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같은 귓속 전정신경(평행 감각) 기관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부터 청력 저하가 아주 심하거나 치료가 잘 안 되면 ‘청신경 종양’ 발생 여부를 감별하기 위한 MRI 촬영이 요구된다. 갑상샘기능저하증 같은 내과 질환 관련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청신경 종양은 위험한가.

“돌발성 난청 환자의 1~3%에서 청신경 종양이 발견된다.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라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서서히 진행되는 난청과 이명, 어지럼증, 안면 감각 이상이 나타나나, 약 20% 환자에게서 돌발성 난청의 형태를 드러낸다. 종양의 크기, 위치, 환자 나이, 청력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감마나이프(방사선 수술) 치료를 한다.”

-치료 방법은.

“먹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주로 쓰며 혈액순환 개선제, 혈관 확장제, 비타민 등을 사용한다. 평소 복용 약물이나 기저질환 확인도 필요하다. 특히 당뇨 환자는 주 치료약인 스테로이드 복용 시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복용 중인 당뇨약을 늘리거나 바꿔야 하므로 스테로이드 투약 전 담당 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도 스테로이드에 의해 혈압이 급상승하거나 잘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이 밖에 스테로이드 치료 과정에 소화 궤양, 골다공증 등이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처음부터 난청이 매우 심하거나 스테로이드를 투약해도 반응이 약하거나 당뇨·고혈압 등으로 투약이 어려울 경우 먹는 스테로이드 대신, 고막 안쪽에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이는 먹을 때 보다 훨씬 더 귓속의 약물 농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력 회복은.

“스테로이드 치료와 함께 청력 검사를 반복하면서 2~3개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돌발성 난청 환자의 3분의 1은 청력을 완전히 되찾지만, 3분의 1은 부분적으로 회복, 3분의 1은 청력을 회복하지 못한다. 발병 초기 난청이 심하거나 어지럼증이 동반되거나 치료 시작이 늦으면 회복률이 낮다. 초기에 청력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도 3개월까지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청력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기가 어렵고 소리를 구별하기 힘들어 각종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크므로 생활에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3개월이 넘으면 더는 청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땐 보청기를 통한 청각 재활이나 보청기로도 도움받지 못할 정도의 고도 난청이라면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돌발성 난청에서 어지럼증은 재발하는 경우가 적으나, 어지럼증이 반복되면서 청력 검사상 낮은음에서 변화가 있는 경우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는 ‘메니에르병’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치료에 청력이 좋아지더라도 증상의 반복성이 나타나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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