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칩, 30년 만에 상장…초소형 2차전지 독보적 [IPO 기업 대해부]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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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코칩

초소형 2차전지 제조업체 코칩이 창사 30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나선다. 자동차 등 대형 2차전지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회사는 초소형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이번 상장으로 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코칩이 제조하는 초소형 2차전지 제품 라인업. (윤관식 기자)
150만주 전량 신주 모집

공모가 1만1000~1만4000원

코칩은 4월 15~19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150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하며, 총 165억~21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회사 측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는 1만1000~1만4000원,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935억~1190억원 수준이다. 수요예측을 마친 후 4월 25~26일 공모주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한다는 계획.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다.

증권신고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공모가 산정 시 적용되는 배수다. 일반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주로 활용하지만 코칩은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을 배수로 적용했다. 비교 기업으로는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비나텍과 삼화전기를 선정했다. 이들의 상각 전 영업이익 평균치인 21배에 19~36%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공모가 산정 방식에 대해 회사는 “PER로 가치를 평가하면 회계처리 방법이나 이자율, 법인세 등 차이에 의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익성을 비교적 잘 반영하는 EV/EBITDA가 코칩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모 물량 전체를 신주로 발행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구주 매출은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 몫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칩은 전체 물량을 신주로 발행해 구주 매출 우려를 불식시켰다.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도 적당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코칩의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은 217만9270주로, 전체 상장 예정 주식 수(850만3460주)의 26%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25~35% 정도면 적정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최대주주인 손진형 코칩 대표가 30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걸었고, 그 외 1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2인도 30개월 의무보유를 약속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도 덜었다.

회사 수익성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코칩은 지난 2021년 52억원, 2022년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7억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각각 11%, 20%, 14%로 집계됐다. 지난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유통사업 부문의 전략적 염가 판매로 전체적인 수익성이 하락했고, 연구개발비 상승과 상장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비경상 비용이 발생해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회사는 전략적으로 MLCC 유통사업 비중을 줄이고 카본계 2차전지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본계 2차전지 제조는 유통 사업 대비 마진율이 높고, 코칩이 초소형 2차전지 제조 시장에서 이미 독점적인 지위를 갖췄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 결과 카본계 2차전지 제품 매출 비중은 지난 2020년 30%에서 2022년 67%까지 확대됐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도 카본계 2차전지 제조 인프라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코칩 관계자는 “본사에 연구소와 제조시설이 함께 있는데, 현재 제조 공간이 부족하다”며 “연구소를 이동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설비 증설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 80~90% 해외 수출

2차전지 칩셀리튬 시장 개척

최근 코칩이 박차를 가하는 사업은 카본계 2차전지인 ‘칩셀카본’ 제조다. 칩셀카본은 고출력과 고전압, 뛰어난 안정성을 보유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전자기기에 삽입돼 주전원 차단 시 메모리를 유지해주는 백업 전원 용도로 활용된다. 일시적으로 전원이 차단돼도 기존 진행 중이던 작업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이다. 이 제품의 80~90%는 해외에 수출된다. 전 세계 30여개국, 800개 이상 기업에 납품 중이다. 매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600만개 전자기기에 코칩 제품이 탑재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중에는 각 산업 분야별 글로벌 최상위급 고객사도 여럿이다. 프린터 부문 일본의 브라더인터내셔널과 엡손, 전자악기 부문 일본의 야마하, 드론 부문 중국의 따장이노베이션(DJI), CCTV 부문 중국의 하이캉웨이스(HIK Vision)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종합 생활가전 기업 쿠쿠가 만드는 전기밥솥에도 코칩 제품이 들어간다.

코칩의 칩셀카본은 진입장벽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전극이나 전해액 등 핵심 소재를 만들 때, 투입되는 재료들 비율을 통제하는 기술을 내재화했다. 2006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세계 일류 상품’ 제조 기업으로,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리튬이온계 2차전지인 ‘칩셀리튬’을 개발하고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칩셀리튬은 10분 이내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리적 충격이나 과충전·과방전 상황에서도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건전지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주목받는다. 향후 리모컨, 무선 정보기술(IT)기기, 가정용 의료기기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코칩 관계자는 “지역·계절·용도별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갖춰 사업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라며 “소형 2차전지까지는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만 초소형 전지 제조는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는 경쟁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부품이 소형화되고 통신이 6세대(6G)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많아지고 있다”며 “전자기기 전력 안정화를 위한 초소형 2차전지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에게 듣는다…손진형 코칩 대표
“전기차 배터리만 2차전지 아냐…초소형 시장 넓다”
(윤관식 기자)
손진형 코칩 대표(65)는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출신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경력을 전자부품 전문가로 활약 중이다. 전자부품업계에서만 활약한 손 대표는 회사 설립 30년 만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

Q.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전자부품 전문가로 경력을 이어온 배경이 궁금하다.

A. 군대 전역 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연봉을 많이 주는 곳 위주로 회사를 알아봤다. 마침 한국전자가 직원을 뽑고 있었고, 일본 기업과 거래가 많아 일본어를 구사하는 인재를 선호했다.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이점을 살려 일본어로 면접을 진행했고, 좋은 평가를 받아 입사했다. 이후 시장 흐름을 읽고 꾸준히 공부하며 전문성을 갖췄다.

Q. 어려운 시기도 있었을 것 같다.

A. 입사 후 1년은 굉장히 고생했다. 용어부터 익히고 산업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매일 공부했다. 그렇게 2~3년 마케팅 기획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장을 이해하게 됐다. 이후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창업했다. 창업 후에도 급변하는 시장 환경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회사가 탄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Q. 수출 비중이 높다. 이유는 무엇인가.

A. 2010년경 핸드폰 배터리가 일체화되면서 기존에 생산하던 제품의 쓰임새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당시 경영 위기를 겪었는데, 글로벌 강소기업 매출 구조를 분석해보니 내수보다 수출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절치부심해서 수출을 확대했고, 이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현재 유럽, 동남아, 미주 등 다양하게 수출하고 있다. 지역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마련했다.

Q.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 고객사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2차전지라고 하면 주로 자동차 배터리를 떠올린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2차전지 시장도 넓다. 국내 배터리 3사보다 코칩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더 다양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고, 향후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특례상장을 하지 않은 이유도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 고객사를 많이 확보해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초소형 2차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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