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예비역, '나경원 유세' 김흥국 직격 "표 뚝뚝, 계속해달라"

복건우 2024. 4. 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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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인터뷰]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 전우들과 천안·영주서 낙선운동하는 이유

[복건우, 유성호 기자]

 지난 3월 30일 경북 영주에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들이 '임종득 낙선'이라고 적힌 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다.
ⓒ 정원철
 
"신범철 낙선, 낙선, 낙선! 임종득 낙선, 낙선, 낙선!"

총선을 열흘 정도 앞둔 지난 주말,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해병대 예비역 열댓 명이 더불어민주당 유세 현장에 일렬로 도열했다. 이들은 충남 천안종합터미널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후보(충남 천안갑)를, 경북 영주 하망동 오일장에서 박규환 후보(경북 영주·영양·봉화)를 지원하고 나섰다.

두 유세 현장에 있었던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민주당을 도와주고 싶어서라기보단 (국민의힘) 신범철·임종득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저는 국민의힘 당원이지만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의 옳고 그름을 따져봤을 때 정부·여당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 30일 충남 천안종합터미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천안갑 후보 유세 현장에서 해병대 예비역들이 '신범철 낙선 윤석열 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정원철
  
해병대 예비역들의 더불어민주당 지원 유세는 채 상병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사실상의 '낙선 운동'이다. 국민의힘은 충남 천안갑과 경북 영주·영양·봉화 지역구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논란 핵심 관계자인 신범철 후보(전 국방부 차관)와 임종득 후보(전 국가안보실 2차장)를 공천했다. 두 후보는 사건 당시 직책에서 물러난 뒤 국민의힘의 단수공천을 받아 총선 후보로 뛰고 있다.

정 회장은 "수사 외압 혐의자인 두 후보는 천안과 영주를 대변할 자격이 없다"라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사퇴한 것처럼 두 후보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지난달 8일 경기 성남에서 유세 중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다 경호 관계자에 의해 끌려 나간 바 있다(관련기사: 한동훈에 "채상병 잊지 마십시오"... 해병대 전우도 끌려나갔다 https://omn.kr/27qao).

그는 평소 해병대 이력을 자주 내세운 가수 김흥국씨가 지난달 28일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서울 동작을)와 함께 유세한 것을 두고 "많이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의힘 표가 뚝뚝 떨어진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아래 그와 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역 골목시장 앞에서 출정식을 열어 가수 김흥국, 강진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 나경원 지원 나선 김흥국 “우리나라 최고 득표수 기록하도록 힘 모아 달라” ⓒ 유성호

  "함께 분노한 천안·영주 시민들... 채 상병 특검법 통과를"

- 충남 천안과 경북 영주를 콕 집어 민주당 지원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을 도와주고 싶어서라기보단 신범철·임종득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해병대 후배 채 상병이 숨진 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혐의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을 단수 공천했다. 두 사람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도 (외압 혐의 수사로 죄가 인정되면)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가 열릴 수도 있는데, 시민들을 계속해서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당선돼야 한다."

- 영주는 채 상병이 사망한 경북 예천(내성천)과도 붙어 있다.

"영주에서 낙선 운동을 한 이후 예천 내성천에 헌화를 했다. 그전까지 날씨가 맑았는데 헌화를 하니까 날이 어둑해지면서 비가 뚝뚝 떨어지더라. 사건 당일 해병대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성천을 바라보던 그 다리 위에 올라가 채 상병이 숨진 곳을 예비역들과 함께 지켜봤다. 마음이 무척 안 좋다."

- 유세 현장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나.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장기화 시키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고, 수사 외압 혐의자인 두 후보는 지역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고 얘기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다 사퇴한 것처럼 두 후보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지난 3월 30일 해병대 예비역들이 지난해 7월 채 상병이 숨진 경북 예천 내성천을 찾았다.
ⓒ 정원철
 
- 신범철·임종득 후보에 대한 일종의 낙선 운동인가.

"그렇다. 신범철 후보 선거사무소 맞은편에서 예비역들과 함께 다 들릴 정도로 '낙선'을 외쳤다. 천안 시민들이 박수 치며 환호해 주셨다. 경북 영주는 주로 국민의힘이 당선되는 곳이라 걱정했는데, 오일장에 오신 분들 모두 저희가 하는 얘기를 경청해 주셨다. 채 상병 사건에 함께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음을 피부로 느꼈다."

- 두 후보의 출마는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

"국민을 우습게 본다는 점에서 문제다. 국민의힘은 논란이 있는 두 후보를 단수공천으로 (해당 지역구에) 꽂아 넣었다. 임종득 전 차장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한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채 상병 사건을 이첩받은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회수해 갔다. 신범철 전 차관은 김 사령관과 나눈 통화에서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대령에 대해 '중대한 군 기강 문란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이후 김 사령관은 박 대령 보직 해임을 지시했다. 수사 외압이 굉장히 의심스럽다.

저는 국민의힘 당원이다. 민주당이 좋아서 지원 유세에 나선 게 아니다. 채 상병 사건 수사의 옳고 그름을 따져봤을 때 정부·여당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우리와 수시로 만나 소통하려고 노력하는데, 국민의힘은 대화를 하자고 해도 아무런 답이 없다. 그들은 두세 달 안에 처리해야 하는 채 상병 사건을 선거판까지 갖고 온 바보 천치다. 해병대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나."
  
 지난 3월 30일 경북 영주 하망동 오일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규환 영주시·영양시·봉화군 후보 유세 현장에서 해병대 예비역들이 '임종득 낙선 윤석열 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정원철
 
- 같은 해병대 예비역인 가수 김흥국씨는 국민의힘 공개 지지에 나섰다.

"해병대 266기 박종찬 선배님이 지난달 27일 우리나라 최서단 가거도에서 정부의 채 상병 수사 왜곡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하셨다. 그때 피켓을 보면 '김흥국 꼴아박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것이 해병대 노(老) 선배님들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김흥국씨가 많이 활동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의힘 표가 뚝뚝 떨어진다."

- 향후 총선까지 어떤 목소리를 낼 계획인가.

"21대 국회 임기가 오는 5월 끝난다. 그때까지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원님들이 남은 기간 법안 통과를 마무리 지어주길 바란다. 혹시라도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이번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 민주당을 뽑아달라는 게 아니라, 국민의힘만 빼고 뽑아달란 얘기를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다시 한번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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