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서 흉기 위협한 40대 귀가시킨 경찰 "가해자 특정 못해서"

현예슬 2024. 3. 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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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택시 승강장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남 고흥군 공용 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을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시킨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 측은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붙잡아둘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흉기로 시민들을 위협한 혐의(특수협박)로 4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9일 오후 5시 30분쯤 고흥군 도양읍 녹동터미널에서 농기구로 쓰이는 흉기를 시민들에게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택시를 타고 달아난 A씨를 붙잡았다. 그는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농기구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농사용으로 산 것"이라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출동한 경찰은 결국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못했다. 이에 A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인적 사항과 주거지 등을 확인한 뒤 귀가시켰다.

A씨에게 흉기 위협을 당한 B군(16)은 "일행과 대화하고 있는데 A씨가 조용히 하라면서 흉기를 꺼내 들고 저에게 다가왔다"며 "주변 사람들은 다 도망가고 1대 1로 마주한 상황에서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이렇게 죽는구나'라고까지 생각했다"며 "다행히 다치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B군은 다음 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또다시 A씨를 마주치고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는 "당연히 (A씨가) 경찰서에 잡혀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음 날 길거리에서 마주쳐 많이 놀랐다"며 "범죄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B군 측은 국민신문고에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사건 당시 신고자와 연락이 닿지 않아 사건 경위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고,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임의 동행한 A씨를 더 붙잡아 둘 수 없었다"며 "최대한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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