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윤상의 세상만사] 싹을 위로 잡아당겨 자라는 걸 돕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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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체중이 1kg 가까이 빠진다고 한다.
육체적 활동과 비교하더라도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렇듯 인간의 수면은 신체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며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시스템을 리셋한다.
즉, 잠은 멈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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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체중이 1kg 가까이 빠진다고 한다. 육체적 활동과 비교하더라도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렇듯 인간의 수면은 신체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며 인간의 정신과 신체의 시스템을 리셋한다. 즉, 잠은 멈춤이 아니다.
기다림도 멈춤이 아니다. 기다림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제로 참고 견디며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지 죽음처럼 멈추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기다림을 통해 자신의 언행을 돌아보며 성찰하고, 이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한다. 그럼에도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조급함 때문이다. 조급함은 기다림을 무너뜨리고 그 시간을 길게 늘어뜨린다. 때로는 조급함의 수준을 넘어 순서를 뛰어넘는 특권을 누리려는 탐욕으로 급발진하기도 한다. 결국, 내적 성장을 방해하고 미래에 대한 절망을 촉진한다.
맹자의 공손추 편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싹을 위로 잡아당겨 자라는 것을 돕는다’는 뜻으로 조급하게 서두르다 도리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말할 때 사용된다. 이 성어에서 우리가 흔히 ‘갈등을 조장한다’라고 표현할 때 쓰는 조장(助長)이라는 말이 나왔다. 제자 공손추가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해 묻자 맹자는 송나라의 고사를 들려준다.
“중국 송나라에 어느 농부가 있었다. 모내기를 한 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서 논에 가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 같았다. 이 농부는 궁리 끝에 벼의 순(荀)을 모조리 뽑아 올려놓았다. 그랬더니 벼의 키가 한결 커졌다. 집에 돌아온 농부는 아들에게 그 일을 자랑삼아 말했다. 놀란 아들이 아버지를 탓하며 서둘러 논으로 나가 보았다. 하지만 벼들은 이미 하얗게 말라 죽어있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기다려야 할 때임에도 이번이 아니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조급함 때문에, 또는 특권의 달콤함을 계속 누리고 싶은 탐욕 때문에 급발진하는 정치인이 여기저기 보인다.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의 발로이다. 맹자의 가르침에서 호연지기는 온데간데없고 송나라 농부의 아둔함만 배운 격이다. 이들에게 맹자의 정신적 스승인 공자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다. ‘조장’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단잠을 기다리듯 찬찬히 곱씹어 보길 권한다.
공자의 제자 자하가 한 고을의 태수로 임명되자, 스승을 찾아가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빨리하려고 서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고 하지 마라. 빨리하려 하면 일이 잘되지 않고, 작은 이익에 구애되면 큰일이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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