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에 '부가세 10→5% 인하' 추진…물가 안정 vs 포퓰리즘
정부·여당이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부 핵심 생필품에 대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율을 5%로 한시 인하하는 방안이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또 선심성 대책을 내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2월 이어 3월도 '3%대' 물가 전망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가세는 재화·용역에 생성되는 부가가치에 붙는 세금으로 한국은 10%의 단일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당정이 부가세율을 건드린 건 잇단 지원책에도 물가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7월(2.4%) 이후 쭉 3%대를 유지하던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반짝 2.8%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다시 3.1%를 기록했다.
만약 ‘부가세 한시 인하’ 제안이 현실화될 경우 1만1000원(부가세 1000원 포함)인 제품을 1만500원(부가세 500원)에 살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부가세 인하 계획을 밝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부가세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월 기준 설탕(20.3%)·소금(20.9%)·초콜릿(13.9%)·우유(6.4%)·편의점도시락(6.2%) 등의 가공식품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세수 감소·물가 상승 우려
그러나 부가세 인하가 시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세수 감소 우려부터 제기된다. 지난해 세수 펑크 규모는 56조4000억원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가세는 소득세·법인세와 함께 세수 기여도가 가장 큰 3대 세목 중 하나다. 비중이 큰 데 세율을 절반으로 낮추면 결손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가세 세수는 지난해 73조8000억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의 21.4%를 차지했다. 하 교수는 “다른 나라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 등에 대비해 부가세를 높이는 방향 쪽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절차적인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부가가치세는 '10% 과세' 혹은 일부 품목(미가공식료품·수돗물·연탄·영유아용 기저귀 등)에 대해 '면세'로 운영한다. 예컨대 미가공식료품은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면세 품목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 가공 식료품은 부가가치세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
면세가 아닌 '세율 인하'를 하기 위해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지원 효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세 인하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시적인 방안 말고 명확한 부가세 인하 기준을 만들어 놓는다면 논의할 만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3% 이상 물가상승률이 3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부가세를 인하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놓자는 의미다. 양 교수는 “여야가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인플레가 특정 수준 이상 높아질 경우 부가세를 인하하고 추후 정상화하는 방안으로 법제화시켜 놓으면 정치적 논란 없이 국민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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