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려고 먹었다가 사망자 속출…日 '붉은 누룩' 국내 유입될까 긴장
대만서도 70대 女 피해사례 나와
일본 고바야시제약의 붉은 누룩(홍국) 건강보조식품 부작용 사망자가 5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입원 환자 수도 114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29일 NHK 방송과 교도통신 등은 이날 고바야시제약이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가 된 자사 제품을 섭취하고 전날까지 사망자는 5명, 입원 환자는 114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사망자는 모두 70~90대 노인이다. 또 현재 병원에 다니거나 통원을 희망하는 소비자도 약 680명으로 집계됐다. 고바야시 아키히로(小林章浩) 사장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기자회견에서 문제를 초래한 자사 제품의 성분에 대해 "곰팡이로부터 생성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명확히 해명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사고 이후 분석된 물질 가운데 푸베룰린산(puberulic acid)이 독성이 있어 추가 검증이 진행되고 있지만 신장에 대한 영향은 불분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붉은 누룩은 쌀 등을 곡류의 일종인 붉은 누룩 균으로 발효시켜 붉게 만든 것으로, 예전부터 식품의 착색료 등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최근 일본에서는 붉은 누룩에 들어있는 로바스타틴이라는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붉은 누룩을 사용한 건강식품 등이 많이 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효능에도 붉은 누룩 균에는 시트리닌이라는 곰팡이 독을 만드는 성분도 있어 신장 질환을 일으킬 우려 또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서도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대만 가오슝에 사는 70대 여성이 고바야시제약의 붉은 누룩 원료를 사용해 대만업체가 제조한 건강보조제를 수년간 섭취하다가 작년 3월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피해 사례가 늘면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전담 콜센터를 설치해 전화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오사카시는 제품 3종 자진 리콜을 실시 중인 고바야시제약에 대해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강제 회수 명령을 내렸다. 고바야시제약은 1886년 창업한 합명회사에서 출발해 현재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로, 의약품과 위생잡화 등을 제조해 지난해 매출 1734억엔(약 1조5000억원)에 영업이익 257억엔(약 228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식약처 "문제 제품 국내 수입 사례 없어"한편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붉은 누룩 함유 건강식품에 대한 우려가 국내에서도 커지자 해외직접구매를 통해 식품을 구매할 때는 식약처 운영 정보사이트를 통해 반드시 상세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이 고바야시제약의 붉은 누룩 원료를 사용해 자진회수 중인 제품 목록을 매일 추가함에 따라 이를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에 바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목록은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의 '위해·예방' 섹션의 '해외직구 정보->해외직구식품 안전정보' 항목과 '해외직구식품 올바로->안전정보' 항목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9일 오후 9시30분 기준 고바야시제약의 붉은 누룩 원료를 쓴 68개 업체 182개 제품을 회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들 제품이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음을 모두 확인했으며, 이후 추가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계속 국내 반입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에서 강제회수 명령이 내려진 고바야시제약 건강기능식품 5개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청과 함께 수입 통관 과정에서 차단하도록 했고, 그 외 이 회사의 붉은 누룩 원료 사용을 이유로 일본에서 자진회수 중인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통관 단계 검사를 강화하고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 협력해 판매 글이 게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일본에서 붉은 누룩을 원료로 하는 식품을 수입하는 경우, 해당 제품이 고바야시제약에서 제조한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수입자가 증명하도록 조치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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