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할 뇌도 없다"…트럼프에 복수하는 전직 고위 인사들
미국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로부터 모욕을 받으며 떠났던 전직 관료들의 반격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마크 에스퍼는 지난 29일(현지시간) HBO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아직 그럴 정도는 아니지만,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트럼프가 미친 짓을 할 때마다 바이든에게 투표할 수 있는 문이 조금씩 더 열리고 있다"며 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2020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을 70여 일 남겨둔 시점에서 에스퍼를 국방장관직에서 해임한다고 트위터로 통보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군을 동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 에스퍼가 반기를 들면서 둘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었다.
이날 에스퍼 전 장관은 "선출된 지도자는 자신보다 국가를 우선하고, 어느 정도의 청렴성과 원칙이 있어야 하며, 사람들과 국가를 통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트럼프는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해임 직후부터 트럼프를 비판해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트럼프에게 독재 성향이 있는지 묻는 말에 볼턴은 "그에겐 (그럴만한) 뇌가 없다"며 "그저 부동산 개발업자일 뿐"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행사에서 "(다시 대통령에 취임하면) 단 하루만 독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며 트럼프가 미국의 탈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볼턴 전 보좌관은 "많은 이들이 (탈퇴가) 단지 협상 수단이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고 경고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가 산만해지면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다시 떠올려 행동에 올린다"며 "그래서 나토 탈퇴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는 우리가 4년간 다뤄 온 보수적 의제와 부딪치는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며 "양심상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의회에 난입한 2021년 1·6 폭동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펜스를 두고 "불충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F.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다른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전직 관리들도 모두 트럼프 재선에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찰스 쿠퍼만은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이런 반대 속에서 재선하려는 대통령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트럼프의 연임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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