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헛딛고 차선 변경 인지 어려우면 ‘빨간불’ [헬스]
녹내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국내 ‘3대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실명 비율만 놓고 보면 녹내장이 가장 높다. 국내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69만9075명에서 2021년 기준 100만명을 넘어섰다. 별다른 초기 증상과 자각 증상이 없어 ‘침묵의 실명 질환’이라고도 불린다. 진행 상황을 알기 힘든 탓에 병을 키우는 일도 많다.
녹내장은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 즉 시신경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연관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안압은 방수라는 액체로 정도가 조절된다. 방수는 눈의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계속 생성되고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만약 배출구에 이상이 생기면 방수의 생성과 배출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안압이 올라 시신경에 손상을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정상안압 녹내장’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상안압 범위는 10~21㎜Hg다. 안압이 이 범위 안에 있으면 녹내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다만 정상안압 범위는 녹내장이 아닌 사람들의 안압을 통상적으로 측정했을 때 나온 결과다. 개인별 시신경이 견딜 수 있는 안압은 정상안압 범위와 다를 수 있다. 눈이 견디지 못한다면 15㎜Hg 안압으로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지만 반대로 높은 안압도 잘 버티는 눈이라면 안압이 30㎜Hg까지 상승해도 멀쩡하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편이다. 때문에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할 때 주변 차량이 차선 변경하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거나 테니스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을 하면서 공이 오는 것을 놓치고,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디디는 등 일정 시야 범위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상안압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녹내장으로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치료 역시 증상 개선이 아닌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기본은 약물 치료다. 안압을 낮추는 점안제 등을 처방한다. 약물로 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병이 더 악화돼 시신경 기능이 저하된다면 레이저 치료나 녹내장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 기능을 돌이키는 방법은 없다. 손상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치료만 가능하다. 따라서 녹내장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고 당부했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전문의도 “정상안압 녹내장은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에 노화와 함께 시신경이 약해질 수 있는 40세 이후라면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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