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1등 와이너리에서 만든 ‘대통령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2024. 3.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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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
우리나라에서 친숙하고 뛰어난 가성비로 유명한 ‘칠레 와인’이 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비냐 콘차이토로(Vina Concha y Toro)’ 와인의 스토리를 알고 마시면 감동이 배가 된다. 1883년 설립된 비냐 콘차이토로는 남미 와인 산업을 리드하는 대표적인 와이너리로 칠레 와인 수출 1위 위상을 자랑한다. 전 세계 147개국에 수출하며, 전체 칠레 와인 수출량의 11.3%를 담당한다.

1997년 프랑스 보르도 특급 와인의 자존심인 샤또 무똥 로칠드의 바롱 필립 가문과 조인트 벤처로 명품 와인 ‘알마비바’를 출시해 칠레 울트라 프리미엄 와인의 효시가 됐다. 또한, 비냐 콘차이토로 창업자의 이름을 딴 아이콘 와인 ‘돈 멜초’는 세계적인 권위의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100대 와인에 총 8번 선정돼 칠레 와인의 품질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1997년 세계 와이너리 최초로 뉴욕 증시에 상장됐고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은 와이너리에 총 4회 선정됐다. 칠레 푸엔테알토(Puente Alto) 지역에서 싱글 빈야드 개념을 도입해 와인을 양조한 최초의 와이너리기도 하다.

‘알마비바’ 와인을 경험해본 적 있는 와인 애호가라면 같은 지역에서 나오는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Marques de Casa Concha Heritag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는 스페인 국왕 펠리프 5세가 1718년 콘차이토로 가문에 수여한 작위명이다. 콘차이토로의 유구한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그들의 유산을 상징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와인은 칠레 건국 200주년 기념식에 건배주로 사용됐으며,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공식 리셉션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대통령의 와인’으로 거듭났다.

알마비바 와인과 동일한 와인 생산 지역인 푸엔테알토에서 만들었다. 제임스 서클링 등 와인 평론가들이 100점을 주는 와인이 생산되는 산지로, 칠레 전체 와인 생산량의 0.3%에 불과한 지역이다. 1880년대부터 오랜 역사와 유산을 자랑하는 푸엔테알토 지역 테루아는 프랑스 보르도, 이탈리아 볼게리, 미국 나파밸리에 필적할 만한 포도 재배 지역이다. 이곳 테루아는 섬세한 풍미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갖췄다. 자연 친화적인 안데스산맥 해발 650m에 위치해 있는데, 푸엔테알토만의 독특한 화강암과 화산토 토양이 와인의 풍부한 맛과 최상의 미네랄 성분 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수천 년 동안 빙하의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산에서 계곡으로 토사가 침식되면서 점토·토사·모래·자갈로 이뤄진 특유의 테루아를 자랑한다.

필자가 시음한 ‘마르께스 데 까사 콘차 헤리티지 2020(Marques de Casa Concha Heritage 2020)’은 ‘베이비 돈 멜초’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와인으로 미국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94점을 줬다. 첫 빈티지 와인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84%, 카베르네 프랑 12%, 쁘띠 베르도 4%를 블랜딩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 16개월, 그중 뉴오크통에 40%를 사용했다. 색상은 블랙 레드 컬러를 띠며 아로마는 체리,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타르, 흑연 등 향이 복합적으로 배합돼 있다. 마셔보면 감미로운 붉은 과일과 제비꽃, 장미의 풍미가 가득히 올라오면서 부드러운 벨벳 질감, 풍부한 보디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갈비 양념구이, 양고기구이, 매운 소스를 뿌린 음식, 잘 숙성한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고재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고황명예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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