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딸에서 세계 최고 수의사로···수의학 베스트셀러 저자 테레사 포섬 박사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3. 30. 2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동물 외과학’ 저자 테레사 포섬 박사 방한
1만8000건 수술·5000회 강연···동물수술 권위자
‘개 인지 장애’ 보조식품·가려움증 치료제 개발
“한국인, 반려동물과 깊은 유대감 감동”
테라사 포섬 박사
수의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꼭 봤을 책이 있다. ‘포섬 소동물 외과학(Fossum Small Animal Surgery)’다. 1997년 발간한 이 책은 5판까지 이어지며 5만권 이상 팔린 글로벌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2015년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국내 수의학도의 ‘바이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테레사 포섬(Theresa W. Fossum)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포섬 박사는 지금까지 1만8000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했고, 5000회 이상 강의를 다닌 권위자다. 그는 지난 2015년 한국임상수의학회 강연차 방한 이후 거의 10년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고양이수의사회 컨퍼런스 강연과 함께 그가 개발한 반려동물 치료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포섬 박사는 ‘닥터포섬스펫케어(Dr. Fossum’s Pet Care)’를 설립하고, 피닉스애니멀웰니스(Phoenix Animal Wellness) 회장을 맡고 있는 경영자이기도 하다. 최근 ‘개 인지 장애(CCD·Canine Cognitive Dysfunction)’ 보조제인 ‘콘지캡스(CongiCaps)’와 가려움증 치료제 오린더(Oleander)를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반려동물 당뇨·비만 치료제 전문기업 RX바이오와 손잡고 판매에 나선다.

Q. ‘개 인지 장애(CCD)’라는 병이 익숙하지 않다.

인간으로 말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유사하다. 개도 나이가 들수록 비슷한 증상에 직면한다. 밤에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잘 짖는다. 반면 낮에 잠만 자는 행동을 보인다. 배변을 아무데나 하고 주인과의 상호작용을 중단하는 징후가 나타난다.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Q. 개 인지 장애는 흔한 증상인가.

고령견에서 흔히 나타난다. 11~12세 애완견의 28%가 겪는다. 15~16세의 경우 68%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주인이 알아채지 못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실제 개 인지 장애를 겪는 애완견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이 보조제는 완치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예방 효과만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해보니 38% 가량 개선 효과를 보였다. 침묵 속에 고통 받던 개의 생활도 좋아졌다. 예를 들어 잠을 잘 자지 못하던 개가 숙면을 취하게 됐다. 주인이 편안해졌다는 점은 말할 필요가 없다.

Q. 개 인지 장애 제품을 만든 동기가 있나.

많은 미국인이 그렇듯, 나도 개를 키운다. 최근 13살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신장병으로 잃었다. 개를 키우며 평소 나이가 들어가는 노령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애완동물 뇌 건강 제품은 대부분 항우울제 샘이(SAM-e)나 한약재를 사용하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뇌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조합한 제품을 개발했다.

Q. 가려움증 치료제도 내놓았는데.

인간도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개도 비슷하다. 2030년이면 42억마리가 아토피증상을 앓게 되고, 2035년 이후 80억마리까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먹는 음식이나 카펫 생활 등이 이유가 될 것이다. 가려움증 약은 독성이 심한데, 이 약은 독성이 없는 낮은 용도로 장기간 가려움증을 억제해준다. 선천적인 면역 반응을 촉진해 자연적인 방어 메커니즘을 키우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개가 암이나 대사증후군에 걸리는 양상이 인간과 비슷하다. 개는 인간의 건강을 예견하는 지표다.

테라사 포섬 박사
Q. 과거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수의사가 된 계기가 있었나.

부모님이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목장을 운영하셨다. 어린 시절을 소, 말과 함께 하며 자연스럽게 수의사를 꿈꿨다. 원래는 말 수의사가 되려 했다. 그러다 대학 4학년 때 소동물(small animal)을 해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아 방향을 전환했다. 캘리포니아 개인병원에서 일하며 다양한 수술 경험을 쌓았다. 평소 ‘고치는(fix)’ 일을 좋아했고, 그래서 동물 외과 전문의가 됐다. 수술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생명을 살린다는 점에서 보상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동물은 미국에서 ‘가족’과 같기 때문에 이들의 생명을 다룬다는 일은 보람된 일이다.

Q. 1만8000회 넘는 수술 경험을 쌓았다. 진료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빨리 치료하는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검사 단계든, 탐색적 수술 단계든 마찬가지다. 정밀 검사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질병을 발견하곤 한다. 예를 들어 방광암 검사 중인 개에게서 다른 심각한 병을 발견한 경우도 있다. 좀 늦더라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Q. 한국 반려동물 시장을 아는지.

한국인의 28%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시장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그들의 개나 고양이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한국의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그들의 반려동물이 자신과 동일한 수준으로 치료 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미국인들이 그렇듯, 한국인들이 반려동물을 아껴줘 감사한 마음이 든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