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집 몰래 들어가 반려묘 세탁기에 돌려 죽인 20대 '집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선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것도 모자라 주거지에 몰래 침입해 반려 고양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죽인 20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주거 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3)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청주지법[사진출처=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11시께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전 여자친구 B씨 집에 창문을 열고 몰래 들어가 B씨가 키우던 고양이를 세탁기에 돌려 죽인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고양이 사체를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 화장실 청소 용구함에 버린 뒤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B씨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가 출동한 경찰에 자신의 집에서 붙잡혔다.

그는 같은 해 11월 B씨와 헤어진 뒤 17회에 걸쳐 B씨의 주거지에서 일방적으로 기다리거나 전화와 문자 등으로 수십 차례 연락해 스토킹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아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B씨를 죽이겠다고 한 협박죄는 B씨와 합의해 공소 기각됐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스토킹 범죄에 피해자의 반려묘까지 잔인하게 죽여 전반적인 범행 내용이나 방법 등을 살펴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매우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뒤 반려동물에게 분풀이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2일 경기 김포경찰서는 자신의 반려견이 김포시 구래동 도로에 유기됐다는 112 신고를 받았다. 신고자 C씨는 전 남자친구 D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가 D씨로부터 반려견 '제니'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학대견을 돕는 사람들의 모임'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D씨는 '제니'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은 사진과 함께 C씨에게 '너 때문에 제니는 죽는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C씨는 D씨에게 반려견 생사 여부와 유기 장소 등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경찰이 사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D씨는 당일 오후 8시쯤 김포시 구래동 길가에 종량제 봉투를 버린 뒤 10분 후 되돌아와 봉투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반려견을 유기했다는 말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의 집을 수색했지만, 반려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기된 반려견은 4살 된 수컷 몰티즈다. 경찰 관계자는 "연인 간 협박 사건으로 신고가 접수돼 조사 중"이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이나 교제 폭력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