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옳음이냐, 좋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24. 3. 3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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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게 있다.

이 말에는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말고 넘어갑시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어떻게 모두 다 지키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칸트는 '실천이성비판' 맺음말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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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게 있다. 이 말에는 ‘상황을 불편하게 만들면서까지 옳고 그름을 가리지 말고 넘어갑시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말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어떻게 모두 다 지키겠느냐’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다’의 반대 입장은 ‘따져야 할 것은 따져야 한다’가 되겠다. ‘좋은 게 좋은 거다’의 분위기에 “그래도 따져야 할 것은 따져야 하지 않나요?”라고 반문을 하면 ‘융통성 없고 사회생활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될 위험이 높아진다.

‘좋은 게 좋은 거다’를 제일 싫어할 철학자는 칸트다. 칸트는 ‘인간에게는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입장에서 그 규칙을 ‘정언명령’의 형태로 제시했다. 정언명령이란 ‘무조건 지켜야 할 명령’이라는 뜻이다. 칸트가 생각한, 인간에게 주어진 정언명령은 ‘너의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당신이 어떤 행위를 할 때는 그 행위가 다른 모든 사람이 해도 좋은 행위인지를 판단해본 후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는 것만 하라는 의미다. 다른 모든 사람이 해도 좋은 행위만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 당신의 행위의 도덕성은 보장된다는 것이다.

칸트는 ‘실천이성비판’ 맺음말의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그에 대해서 자주 그리고 계속해서 숙고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새롭고 점점 더 큰 경탄과 외경으로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칸트는 ‘도덕적이다/도덕적이지 않다’의 구분은 이성적 존재자면 누구나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 구분 기준은 가르치지 않고 일깨우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다. 칸트는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부여한 법칙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복종하지 않는 이성적 존재의 존엄성의 이념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좋음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의 시대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한다면 행복을 추구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공리주의의 설득은 강력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설득에 인류는 넘어가 버렸다. 원래 도덕은 옳음과 상관이 있지 좋음과 상관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 우리의 도덕의식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쯤에서 ‘어 뭔가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철학척 성찰력이 있는 분이다. 그렇다. 좋음과 옳음은 다르다. 좋다고 옳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좋음과 옳음이 충돌할 때 좋음을 포기하고 옳음을 선택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옳음을 위해 손해와 불편을 감수하는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마음이 있다. 옳음을 포기하고 좋음을 택한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는 마음이 있다. 불편한 옳음 대신 편리한 좋음을 택한 인류는 그 선택의 결과로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이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아니라 나의 행복에만 관심을 가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칸트의 경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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