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손수 물들인 달걀로 ‘부활절의 기쁨’ 선물을

박효진 2024. 3. 3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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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교회에서는 달걀을 나눠 먹고 선물을 하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부활절에 달걀을 먹는 전통에 대해 십자군 전쟁 당시 징병 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마을 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달걀에 색을 칠하고 가훈을 적어 나눠준 데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부터 달걀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비유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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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부활절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교회에서는 달걀을 나눠 먹고 선물을 하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부활절에 달걀을 먹는 전통에 대해 십자군 전쟁 당시 징병 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마을 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달걀에 색을 칠하고 가훈을 적어 나눠준 데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부터 달걀의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비유한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요즘 달걀은 너무 흔한 음식이 됐다. 교회 권사님인 어머니가 기억하는 60년대는 달걀 한 알이 매우 귀하던 시절이라 부활절이 되면 교회에서 나눠주는 달걀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고 한다. 정성껏 준비한 달걀을 이웃들도 행복한 마음으로 받으며 예수님의 부활을 함께 기뻐하고 달걀을 먹기 위해 교회에 왔다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달걀이 귀한 만큼 그때는 그리스도인이나 비기독교인들에게도 부활절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 온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 부활절을 앞둔 교회는 늘 분주했다. 성가대원들은 연습실에서 칸타타 연습이 한창이었고 식당에 모인 다음세대 교사들은 큰 가마솥에 수십 판의 달걀을 삶아 내느라 바빴다. 커다란 솥에 물이 끓기 시작하면 성도 한 명당 2개씩 돌아갈 약 500여개의 달걀을 쏟아부었다.

삶아진 달걀이 찬물에서 건져지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권사님부터 청년, 유·초등부까지 온 세대가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부활 이야기를 들으며 사인펜을 이용해 달걀 껍데기에 부활절 메시지를 담거나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에 형형색색의 셀로판으로 포장하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부활절 달걀이 완성됐다.

하나하나 정성 들여 준비한 달걀은 부활주일, 성도들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달걀 껍데기에 예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게도 표현된 그림을 보며 성도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비록 사인펜 물이 껍데기를 뚫고 흰자에 번져 달걀색이 변한 것도 있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고난 주간을 보내며 부활절을 준비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 치솟는 물가에 달걀값을 걱정하는 개척교회 사모부터 케이지 사육으로 생산된 달걀이 아닌 ‘방사 달걀’이나 ‘동물복지 달걀’을 선택하거나 떡이나 빵으로 대체하는 사모 등 각각의 상황과 환경에 맞춰 부활절을 준비하는 모습은 여전히 분주하다.

하지만 부활절을 기념하는 방법과 모양이 다양해진 만큼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찍어내는 달걀 디자인과 포장, 인터넷으로 대량 구매해 손쉽게 나눌 수 있게 되며 예수 부활의 기쁨과 감격을 위한 우리의 수고로움과 마음이 너무 쉽고 가벼워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매우 흔하고 낮아진 달걀의 가치만큼이나 매년 찾아오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우리의 마음도 기쁨보다는 익숙함으로 정작 추구해야 할 소중한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일은 부활절이다.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막달라 마리아의 발걸음처럼, 부활의 소식을 듣고 달려간 베드로와 제자들처럼 두근거림과 기대함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주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통해 증명된 그 사랑과 구원의 은혜가 우리 삶에서 매일 기념되고 기억되길 바란다.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 (고전 11:24~26)

내일 부활주일에는 사랑하는 교회 지체들과 함께 나눌 작지만 정성 가득한 간식과 선물을 직접 준비해 보면 어떨까. 내가 손수 준비한 간식과 함께 부활절이 모두에게 설레고 행복한 기쁨의 날로 기념되길 바란다. 부활의 소식이 모든 성도에게 위로와 회복의 증거가 되길 소망하며. 샬롬.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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