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보다 환경 오염 적다는 반려동물 ‘수분해장’, 국내서도 가능해질까?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2024. 3. 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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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수분해장을 시행하는 모습/사진=싱가포르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
반려동물 화장장은 들어설 곳이 없다.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주민이 많아 ‘혐오 시설’로 꼽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동물 사체를 처리할 ‘수분해장(水分解葬)’이 있지만, 국내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국내 시행 예정은 없는지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사체 화학용액으로 녹이는 ‘수분해장’, 화장보다 친환경적
반려동물 수분해장은 동물의 사체를 화학 용액으로 녹이고 유골만 수습하는 것이다. 불과 고열을 이용하는 일반 화장과는 달리, 사체를 알칼리(KOH) 용액·열·압력을 이용해 수분해함으로써 완전멸균된 액상 물질(아미노산 등)로 만든다. 가수분해 기술을 활용하면 동물 사체는 멸균상태가 되고, 처리 과정에서 별도의 오염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화장의 1/4배, 매장의 1/6배에 불과해 환경 친화적 장례 방식으로 꼽힌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38조는 동물수분해장시설을 동물장묘업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이전에 국내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화장과 건조장이 전부였다. 화장은 반려동물의 사체를 불에 태운 후 남은 유골을 수습하는 방식이고, 건조장은 사체 또는 유골을 건조해 멸균·분쇄하는 방식이다. 

(왼)화장 후 남은 유골 (오)수분해장 후 남은 유골/사진=해외 수분해장 업체 '바이오 리스폰스 솔루션즈(Bio-Response Solutions)'
◇2021년 6월 합법화됐지만, 시행 업체 無… “수익성 때문”
수분해장이 법적으로 허용된 것은 2021년 6월이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 장례 방법에 수분해장을 추가해달라고 2016년부터 요청한 끝에 합법화됐다. ‘동물 사체 액상화 처리 장치(가수분해 방식)’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나 관련 법령 부재로 사업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던 기업이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법령 개정을 요청한 게 발단이었다.

다만, 합법화된지 2년이 넘었고 국내에 장비가 있음에도 수분해장을 실제로 시행하는 장묘업체가 아직 없다. 동물장묘업 허가 업체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2024년 3월 29일 기준 74곳의 합법 장묘업체 중 67곳이 화장, 3곳이 건조장을 시행하고 있다. 화장·건조장 등 사체 처리 허가 없이 장례·봉안에 대해서만 허가받은 업체도 있지만, 수분해장 시행을 허가받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수분해장 수익성이 낮다는 게 그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수분해장 장비 취급 업체 관계자는 “수분해장을 하겠다는 업체가 있다면 장비를 바로 공급할 수 있는데,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해서인지 문의하는 업체가 많지 않다”며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지자체들에 제안해봐도 예산 문제로 성사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13년째 반려동물장례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반려동물장례연구소 강성일 소장은 “수분해장은 화장 등 다른 방법보다 소요 시간이 길어서 장묘업체로서는 하루에 시행할 수 있는 회차가 줄어드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도시엔 수분해장 수요 있어… 업계 관계자 “연말에 생길 예정”
다만, 수분해장 국내 시행이 요원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친환경적 사체 처리 방법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강성일 소장은 “동물 화장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환경 오염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이 많다”며 “수분해장은 비교적 친환경적이므로 환경 문제나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고 싶은 동물 장묘업체는 화장 대신 수분해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생소한 장사법이지만, 수분해장은 해외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미국 15여 개 주에서 수분해장이 합법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도 2021년 수분해장으로 진행됐다. 싱가포르, 필리핀 등 반려동물에 한해 수분해장을 합법화한 나라도 있다.

국내에도 조만간 반려동물 수분해장 시설이 생길 것으로 점쳐진다. 강성일 소장은 “경기도에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개장하려는 업체 두 곳이 수분해장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 곳은 올해 하반기, 나머지 한 곳은 내년 초 즈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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