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종섭'과 '테러상무'로 기억될 2024년 3월

안홍기 2024. 3.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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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주대사 임명 25일 만에 사퇴... 대통령실, '출국금지 몰랐다'며 공수처 공격도

[안홍기 기자]

 왼쪽부터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전 국방부장관)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 권우성/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사의를 수용했다. 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국방부장관직에서 물러나 있던 이 대사가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것은 지난 4일.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미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나 두가지 의문이 제기됐다.

① 외국으로 나갈 대사를 임명하는데 출국금지 여부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검증하지 않았느냐, ② 공수처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는데 핵심 피의자인 이 전 대사가 출국하면 사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7일 이 대사는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다음날 법무부는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대사의 출국금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대사의 출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②번, 즉 수사 외압 혐의 수사를 무력화할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에 무게가 쏠리면서 야당의 반발은 물론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이 전 대사는 10일 전격 출국했다.

'알 수 없다' → '수개월 출국금지 정당?'... 대통령실의 입장 선회
 
 3월 10일 오후 호주대사로 부임 예정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외교관 출국장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외압 범인도피, 범죄은폐 저지 긴급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 권우성
   
대통령실은 출국금지도 몰랐고, 공수처 수사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공수처의 수사 상황, 그게 출국 금지 명령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있는 바가 없다" "대통령실이나 대통령께서 공수처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물을 수도 없고 답해 주지도 않는 법적으로 금지된 사안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알 길이 없었을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반박했다.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법무부가 하고 있는데 법무부 소관인 출국금지 여부도 몰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11일에는 "이종섭 호주 대사가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그리고 언제든지 공수처에서 소환을 한다거나 수사가 필요해서 와야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수사를 방해한다거나, 수사가 차질이 빚어진다거나 하는 것은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도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어 "출국금지가 된 이후 수개월 동안 한 번도 소환을 안 했지 않나? 그러면 언제 소환해서 언제 조사할 줄 알고 고발이 됐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공수처도 이런 부분들을 잘 조율해서 출국 금지가 해제되고 지금 호주대사로 호주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에게 '도주대사'라는 별칭까지 붙게 한 이 사건을 수습하려 나선 대통령실은 '공수처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일절 알 수 없다'던 입장을 선회해 '공수처가 수개월 동안 소환조사도 안 하고 출국금지만 걸어 놓는 게 정당하냐'는 논리를 폈다.

'회칼 테러 사건 언급'으로 연결... 용산과 민심의 거리
 
▲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입틀막도 모자라 회칼 테러 협박, 윤석열은 잘들어라!"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언론인 회칼 테러 협박, 황상무 수석 해임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도주대사 사건의 파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던 14일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기자들과 밥을 먹다가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 8월 발생한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의 언론사 사회부장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일이 보도됐다.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이 비판 여론에 휘발유를 뿌린 형국이 됐다. 야당은 물론 언론단체들이 황 수석을 당장 파면히라고 요구했지만, 황 수석의 서면 사과만 나왔다.

하지만 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대사의 즉각 귀국과 황상무 수석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큰 악재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한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일축했다. 18일 대통령실은 "이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은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공수처는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며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던 19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종섭 대사가 곧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대사가 다른 5개국 주재 대사와 함께 방산협력 공관장회의에 참석한다고 알렸다. 20일 황상무 수석이 사퇴했고, 21일 이 대사가 귀국했다.

3월 29일 이 대사가 물러나면서, '도주대사' 사건은 일단락 짓게 됐다. 하지만 임명에서 사퇴까지 25일 동안의 버티기로 대통령실과 민심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많은 이들이 알게 됐다.
 
 용산어린이정원에서 바라본 대통령실 청사.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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