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영’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 별세(종합)

김민영 2024. 3. 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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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영면
2대 회장으로 35년간 그룹 이끌어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7년만
29일 별세한 고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그룹 제공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했다. 35년간 그룹을 이끌며 오직 기술만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재계의 거목이었다. 향년 89세.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1935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조 명예회장은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1982년에 효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무역, 금융정보화기기 등 효성의 전 사업 부문에서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 중시 경영을 펼쳤다. 생전에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특히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는 조 명예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시했다.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2011년에는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탄소섬유 역시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해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조 명예회장은 재계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맡았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과 경제협력 강화에 기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했고, 실제 체결되도록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 아울러 한일포럼과 함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개최를 처음 제안했고 한일 양국 간 비자 면제, 역사연구공동위원회 설치 등을 이끌었다.

조 명예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도 역임했다.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여성 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립 등에 기여했다.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 명예회장은 한미재계협회장, 한일경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국제 경제외교 활성화를 견인했다.

경제계는 일제히 조 명예회장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조 명예회장은 ‘기술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경영인이었다”며 “시대를 앞서간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서, 기업은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원천기술 개발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를 갓 넘긴 1970년대부터 민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첨단소재의 국산화를 이끄는 등 원천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내다본 조 명예회장의 혜안은 한국이 첨단 화학제품과 신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경영계는 진취적인 기업가정신과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효성그룹을 이끈 조 명예회장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조 명예회장이 강조한 ‘기술중심주의’와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효성그룹은 섬유, 첨단소재, 화학, 중공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다음 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영결식은 다음 달 2일 오전 8시 열린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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