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사상 최고치 찍었지만…日언론, 기시다 재집권엔 갸우뚱
기록적인 주가 상승으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성과’ 강조에 나섰지만 ‘정권 부양’ 전망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일본 언론들의 평가가 나왔다. 올해 9월로 예정된 집권당 자민당 총재 선거를 반년 앞두고, 재집권 가능성을 다질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증시, 임금…성과 강조에 할애한 15분
기시다 총리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의 침체(디플레이션)였다. “중의원 첫 당선 뒤 30년이 넘도록 ‘디플레 경제’를 봐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기업 생산성이 오르면 임금이 오른다고 했지만, 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발언은 총리 취임 후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세우면서 물가상승, 임금상승의 순환을 이끌었다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기시다 총리는 집권 직후부터 물가 상승을 뛰어넘는 임금 상승을 주장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수출에서 엔저 특수를 누린 대기업을 중심으로 임금 상승 기조가 이어졌다.
올해 춘투(노사 간 임금협상)에서는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겨 5.28%의 임금 인상률을 기록했다. 일본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을 올린 중소기업은 72.5%로 13년 만에 70%를 넘어서는 등 분위기는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증시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해 4만선을 돌파한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디플레로부터 완전히 탈출하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고 했다. 디플레 탈출 선언이 언제 가능하냐를 묻는 질문엔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반드시 물가 상승을 뛰어넘는 임금 인상을 실현하고 내년부턴 이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 ‘내년’ 언급했지만
올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가 ‘내년’을 언급하면서 재집권 의지를 드러냈지만 일본 언론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약속한 ‘임금 상승의 정착’은 우려스럽다”면서 “경제계에선 내년은 무리라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시다 총리가 2025년 이후 경제운영을 언급하는 것은 ‘기시다 정권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정치 동향을 살피는 가스미가세키(관청가)를 다잡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 신문은 ‘정권 부양’ 전망을 기시다 총리가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들의 정기 여론 조사에서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20%대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데, 회견에서 지지율을 올릴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요미우리는 “주가 상승, 임금인상이 지지율에 연동되지 않는다”면서 정치 자금 문제를 지적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자민당 다수파인 아베파를 중심으로 불거진 자민당의 비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여론 조사에선 일본 국민의 88%가 정치자금 관련 문제에 대해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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