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만큼 편리했던 GTX-A, 아쉬운 점 두 가지 [박장식의 환승센터]

박장식 2024. 3. 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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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30일 개통 전 미리 타봤더니... 도보 시간 길지 않고 승차감도 나쁘지 않아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기자말>

[박장식 기자]

 GTX-A 노선 수서역의 개찰구 모습. 동선이 편리하게 짜인 덕분에 지상과의 승강장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 박장식
 
오는 3월 30일 개통이 확정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의 첫 노선인 수서-동탄 간 GTX-A 노선. 다른 전철보다 깊은 대심도에서 운행하는 데다, 기존 전철보다도 빠른 시속 180km/h의 속도로 달린다는 소식 덕분에 착공 이전부터 '교통 혁명'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GTX에 붙는 물음표도 많았다. '대심도 철도'라는데 일반 전철보다 승하차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내려가다 지치는 것'이 아닐지,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열차가 다니는지, 정말 시속 180km로 달리는 것이 맞는지, 열차의 승차감은 괜찮은지 등등 개통을 앞두고 질문이 쏟아졌다. 

수서역을 출발해 성남, 동탄역까지 이어지는 GTX-A 노선을 정식 개통 전에 미리 타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동선이 잘 짜여져서 도보 거리가 길지 않았고, 승차감 역시 나쁘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역시 '요금'과 '배차간격'이었다.

금방 승강장 도착하네... 넓은 좌석 '일장일단'

한동안 격벽으로 막혀 있었던 수서역의 GTX 타는 곳이 활짝 열렸다. 터널이 깊게 있다는 사전 정보 때문에 역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 같았지만, 건너편의 SRT 지하 맞이방(대합실)보다도 컸다. 잠시나마 앉을 수 있는 벤치도 한쪽 끝에 설치되어 있는 수서역은 승객 맞이가 모두 끝난 듯한 모습이다.

맞이방에서 교통카드를 찍으면 바로 지하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나온다. 에스컬레이터를 두어 번 남짓 탔을까. 바로 GTX 수서역 승강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하 1층에서 출발했다고는 해도, 생각보다 금방 닿는 점이 신기했다. 서울에서 깊다고 소문난 몇몇 지하철역보다 승차를 위해 쓴 시간이 짧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GTX-A 노선에 운행하게 될 차량의 내부 모습. 좌석 사이 얇은 칸막이가 달린 점이 가장 크게 눈에 띈다.
ⓒ 박장식
 
시운전 대기 열차에 탑승하니 이윽고 문이 닫혔다. 열차는 수서역을 빠져나가 동탄역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지하 터널을 달리는 GTX-A 열차의 첫 인상은 널찍함이었다. 다른 지하철과 달리 한쪽만 있는 문도 넓고, 좌석도 기존 전철에 비해 꽤나 넓으며, 정차역과 노선 정보를 알려주는 디스플레이도 큼지막했다.

좌석은 일반 지하철과 비슷한 듯 다르다. 보이는 모습은 지하철과 비슷해 보이는데, 기존 지하철과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좌석 사이에 칸막이가 설치되었다는 점이 그렇다. 사실 지하철 좌석이 좁다 보니 자리에 앉으면 옆 승객과 살을 맞닿는 것, 특히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 탓에 끼어 타는 것이 아쉽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자리 자체도 기존 지하철에 비해 널찍한 데다, 칸막이까지 마련된 만큼 지하철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듯해서 반가웠다. 다만 칸막이가 설치되면서 좌석 수가 그만큼 줄었다. 좌석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착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셈이다.

수서역에서 성남역을 거쳐 동탄역까지 향하는 시간은 20분 남짓.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니 다른 지하철에는 없는 특이한 안내도 눈에 띈다. 시속 100km가 넘으면 보이는 실시간 열차 속도 표시다. 특히 속도계가 180km/h까지 올라가는 등, 지하 터널이기에 체감하기 어려웠던 열차의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일반 열차와 달리 바닥에 푹신한 카페트가 깔려 있었는데, 이는 소음 완화와 서 있을 때의 편의를 모두 잡았다. 이외에도 고속열차에 쓰이는 문을 사용해 밀폐성을 높인 덕분에 소음을 더 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180km/h 남짓한 빠른 속도에도 소음이 꽤나 적었다. 일반 지하철 수준으로 느껴졌다. 

편리한 탑승 경험 좋지만... 넓은 배차간격 아쉽네

중간역과 종착역인 성남역과 동탄역에서의 탑승 경험은 어떨까. 성남역은 경강선과의 환승이 이루어지는 신규역으로 가까운 분당이나 판교 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주·이천·여주에서의 GTX 연계가 한 번의 환승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환승 동선이 간단하게 짜여 있어 긴 거리를 걸을 필요가 없어 좋다.
 
 GTX-A 개통과 함께 문을 여는 성남역의 승강장 모습.
ⓒ 박장식
 
GTX-A 노선의 종착역인 동탄역 역시 기존 SRT 시설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GTX-A 승강장에서 SRT 승강장까지 몇 걸음만에 이어질 정도로 환승통로가 짧았는데, 향후 서울 도심·파주 등으로 연장이 이뤄지면 더욱 편리하게 고속열차를 환승해 부산·광주 등으로 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반가웠다.

두 역에서 열차를 타러 가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까. 수서역과 마찬가지로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성남역 지상 출구에서 GTX 승강장까지의 거리는 느린 걸음으로도 5분 정도면 충분하다. 동탄역 역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5~6분,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면 3분 만에 지상과 승강장을 오갈 수 있다.

대심도 터널에 역과 선로를 마련한다는 구상이 발표되자 '내려가는 데만 10분이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동선을 잘 마련한 덕분에 서울 마포역이나 성남 산성역, 부산 만덕역 등 '깊다고 소문난' 기존 지하철역에 비해 훨씬 빠르고 편리한 접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높은 접근성을 상쇄하는 큰 단점이 있다. 바로 배차 간격이다. GTX-A 노선의 현재 배차 간격은 출퇴근시간대 15~20분, 일반 시간대 20~25분 남짓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수서에서 동탄까지 가는 시간만큼 승강장 벤치에서 기다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공개된 시간표에 따르면 일부 시간대에는 배차 간격이 30분 가까이까지 튀기도 한다. 전 구간 개통이 이루어지면 배차 간격 역시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지금의 배차 간격이 충분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도 사실. 향후 이용객 패턴 등을 분석해 배차 간격을 좁힐 필요도 있다.

'정시성 있는 출근' 얻었다... 비싼 값만큼 좋은 서비스 부탁해
 
 GTX-A는 '교통 혁명'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비싼 가격을 잡을 만한 좋은 서비스도 필요한데, 이 점이 갖추어지길 바란다.
ⓒ 박장식
 
사실 '교통 혁명'이라고 해도 별것 없다. 단지 출근이 빨라지고, '정시성'만 지켜지면 된다. 출근 시간마다 매번 같은 시간에 버스를 탔는데 어떤 때는 30분 일찍 도착하고, 언제는 지각하는 일도, GTX 개통 이후엔 '안녕'이다. 누군가에게는 꿀 같은 30분 남짓의 잠이 보장되고, 어떤 부모에게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이른 저녁시간을 선물 받을 수도 있다. 

GTX에 바라는 점도 있다. GTX의 기본 요금은 기존 지하철보다 두 배 가량 비싼 3200원이다. 수서에서 동탄까지 이용하면 4450원 남짓까지 오른다. 그런 비싼 값에 맞는 서비스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짧아진 소요시간이 최고의 서비스이겠지만, 탑승 경험이 중요한 이용객도 적지 않을 테다.

광역버스보다 비싼 만큼 그에 맞는 서비스를 GTX-A 노선이 잘 만들어주길 바란다. 선호도가 높은 점포를 역사에 입점할 수도 있고,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좋은 이벤트를 진행해도 좋다. 탑승하는 경험 자체를 즐겁게 만드는 노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누구라도 '비싼 값을 낼 만한 열차'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운행'. 2000년대 제안된 이후 강산도 한 번 변할 만큼의 세월을 넘어 개통하는 만큼, 승객을 위협할 만한 문제 없이 안전히 운행하면서 '기다리길 잘 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GTX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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