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자신 직책 처음 넘겼다…측근 비서실장에 ‘사이버통제권' 줘

이도성 2024. 3. 2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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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치 중공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자신이 총괄해온 사이버 통제권을 측근에게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 주석이 자신의 직책을 건넨 건 처음이라는 분석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서열 5위 차이치(蔡奇)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를 당 중앙사이버공간관리위원회(CAC)의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차이치가 공식 발표 없이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디지털 경제는 50조 위안(약 9929조원)이 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 중앙사이버공간관리위원회는 2014년 사이버사무중앙지도그룹으로 출범한 뒤 4년 만에 확대 개편됐고, 시 주석이 위원장을 맡아 직접 이끌어왔다. 사이버 통제권을 넘겨받은 차이치는 2000년대 저장성 근무 당시 소셜미디어(SNS) 활용 경험이 있고, 웨이보 팔로워 수도 한때 1000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20기 중앙상무위원 일곱명이 행진하고 있다. 시진핑(가운데) 당 총서기 바로 왼쪽에 서열 5위 차이치가, 맨 오른쪽에 2위 리창이 사진 앵글에 잡혔다. [신화통신]


무엇보다 차이치는 당 실무를 처리하는 중앙서기처의 역대 어떤 선임자보다 막강한 권력도 누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질적인 2인자로 꼽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차이치를 시 주석의 비서실장인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처음 소개했다. 차이치는 중·러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 곁에 나란히 앉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 해외 순방에 동행한 첫 정치국 상무위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공산당 내 통일전선부·조직부·선전부·정법위원회·감찰위원회·공안부를 총괄하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를 겸임하면서 당·정·군의 핵심 업무를 시 주석에게 보고하고, 시 주석의 지시를 하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와 함께 초권력기구인 중앙국가안전위원회(국안위) 부주석을 맡고 있으며,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심개위) 부주임 직위에 동시에 임명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제20차 당 대회를 계기로 시 주석을 제외한 상무위원 6명은 사실상 '시진핑 1인지도 체제' 하의 하급자 격으로 채워졌다. 차이치는 '서열 5위'로 꼽히지만, 과거 집단지도체제 내에서의 권력 서열과 같은 비중은 아니라는 의미다. 절대권력자였던 마오쩌둥 시절에도 상무위원이 당 중앙서기처 서기에 보임돼 2인자급의 권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의 ‘복심’인 차이치에게 권력 일부를 넘긴 걸 두고 칭화대의 한 정치학자는 “차이치가 시 주석으로부터 '확고한 신뢰'를 얻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의 편집장 출신 덩위원은 "시 주석이 권한 위임을 통해 새로운 권력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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