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클린턴, 바이든 지원 등판..."재선 당연해"(종합)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될 만하다(빌 클린턴)." "뛰어난 일을 한 대통령이다(버락 오바마)."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을 지원사격 하기 위해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본격 등판했다. 뉴욕 모금 행사에서는 전·현직 대통령 3명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단 하루 만에 2500만달러(약 337억원) 이상의 선거자금이 모였다.
◆민주 전·현직 대통령 출동…"바이든 재선돼야" 호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맨해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진행되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오바마·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조 바이든·버락 오바마·빌 클린턴과의 저녁(An Evening with Joe Biden Barack Obama Bill Clinton)’이라는 문구가 적힌 행사장에서는 약 5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 간 대담, 가수들의 공연이 진행됐다. 바이든 캠프는 "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모금행사"라며 이날 행사에서 확보한 선거자금이 약 2500만달러라고 확인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전·현직 대통령 3인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오는 11월 대선을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정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단지 상대 후보 지명자(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 때문만이 아니다"면서 "(대통령으로서) 뛰어난 일을 한 누군가(바이든)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는 또한 미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매일 부지런히 노력해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 성과를 칭찬하면서 "재선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매치가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직격 발언도 쏟아졌다. 대담 사회를 맡은 스티븐 콜버트는 "3명의 대통령이 뉴욕에 왔으나 그 누구도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농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비꼬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다소 늙었고 망가졌다"고 직격했다. 또한 "농담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졌다"면서 "역사의 변곡점"이라고 트럼프 2기 체제의 가능성도 경고했다.
WSJ는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물리치기 위한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였다"면서 "교대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과를 대조하고, 2021년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그의 백악관 복귀가 향후 국가의 이상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약 1시간에 걸친 대담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계속 설명했다"면서 "해당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위협에 뭉쳤다"
두 전직 대통령의 전면적인 등판은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매치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히 중요한 의미라는 평가다. 특히 이들이 향후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에서 담당할 역할과 개입 수준에도 눈길이 쏠린다. 자칫하면 트럼프 2기 체제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큰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백악관 보좌관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전략을 세우고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과거 전·현직 대통령 3인의 관계가 힐러리 클린턴의 2016년 대선 출마 등을 두고 복잡했다면서도 이제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으로 모두 뭉쳤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서 모인 선거자금 2500만달러는 이들의 공동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월 한 달간 모금한 정치자금보다 500만달러 이상 많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바이든 대통령 측이 확보한 선거자금이 총 1억5500만달러지만, 사법비용 지출 등의 부담을 지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3700만달러에 그쳤다.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에 몸담았던 레온 파네타는 AP통신에 이날 행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있어 중요하다면서 "모든 민주당원의 지지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효과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클린턴·오바마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트럼프도 뉴욕 찾아 NYPD 사망 추모…모금행사 의식했나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도 뉴욕을 찾았다. 그는 이날 뉴욕 롱아일랜드에서 교통단속 중 사망한 NYPD 경찰관의 장례식에 약 30분간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범죄를) 멈춰야 하고 법질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조문을 두고 같은 날 저녁 예정된 민주당의 모금 행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와틀리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성명을 통해 두 대선후보의 행보는 리더십의 대조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살해된 NYPD 조나단 딜러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모금 행사에 참석해 유명 인사들과 와인을 마시고 식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전직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대사로부터도 지지 선언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이날 행사를 ‘트럼프 증오 토크쇼’라고 격하하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바마·클린턴 카르텔을 물리쳐야 한다"면서 선거자금 기부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이 이날 대선 캠페인의 중심이 됐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의 힘을 업고 선거운동을 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거의 홀로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에 등 돌린 아랍계…행사장 안팎 시위·방해 이어져
이날 민주당의 모금 행사는 최소 250달러, 최대 50만달러까지 지불하며 참석한 지지자들로 가득했지만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민심이 돌아서는 등 긴장감도 확인됐다. 행사장 외부에서는 비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가자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뮤직홀 안에서 여러 차례 행사를 방해했다. 곳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손에 피를 묻히라" "당신은 거짓말쟁이다" "대량학살을 조장했다" 등 비난도 쏟아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들은 친팔레스타인 시위자들에 의해 최소 4차례 방해를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 사태에 대한 질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무고한 희생자가 너무 많다"며 자신이 양측의 입장을 모두 살피고 있음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또한 그는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를 포함한 모든 다른 아랍 국가들과도 협력해왔다"면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인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자 사태 이후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문제에서 도덕적 신념과 명확성을 보여줬다"면서 양쪽 모두의 입장을 듣고자 함을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지역에서 두 국가 해결책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소수의 언론만 참석이 허용됐다. 영상 촬영도 금지됐다. 모금 행사에 앞서 3명의 민주당 전·현직 대통령은 팟캐스트 공동 인터뷰도 참석했다. 해당 인터뷰는 추후 별도로 공개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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