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새 60% 급등락…‘경주마 코인’의 유혹 [스페셜리포트]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4. 3. 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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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부자 탄생에 소외 불안 호소
제대로 분석 않고 불나방처럼 돌진
도박 같은 투자 단기간엔 수익
장기 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아
신중하고 차분한 투자 접근 필요
(일러스트 : 정윤정 기자)
# 직장인 김진호 씨(가명·32)는 오전 9시만 되면 스마트폰만 쳐다본다. 회사 출근 후 얼굴 도장만 찍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간다. 이유는 하나다. 가상자산 거래소 앱에서 오늘의 ‘경주마’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경주마는 코인 투자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은어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려 가격이 1시간 만에 40% 이상 치솟는 코인을 말한다. 순식간에 가격이 올라가 말처럼 빠르다는 뜻에서 경주마로 불린다. 본래 김 씨는 주식 투자만 하고 코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비트코인도 사지 않던 김 씨가 단기 급등 코인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자리 잡는다. 비트코인이 반감기를 맞아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뉴스를 접한 그는 비트코인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보다는 ‘단기 급등 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 사례를 인증하는 모습에 ‘혹’한 김 씨는 비트코인 대신 단기 급등 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시작이 좋았다. 3월 초 상장폐지가 결정된 ‘썸씽’에 투자해 큰 이득을 봤다. 거래 정지 전 가격이 급등하는 ‘상폐빔’ 현상 덕분이다. 손가락 움직임 몇 번에 막대한 돈을 벌자, 김 씨는 아예 단기 급등 코인에만 몰두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같은 불장에서는 코인 하나만 잘 물면 10분 안에 한 달 치 월급을 벌 수 있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이 없다. 언제 시장이 가라앉을지 모른다. 현재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 ‘포모(FOMO)’ 심리가 팽배하다. 포모는 영어 단어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상자산 가격이 올해 들어 급등하면서 수익 인증 사례가 쏟아지자 기회를 노린 젊은 투자자가 대거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모두가 수익을 내는 시점에서,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분위기다.

문제는 젊은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다. 거래량이 많고 안전한 가상자산보다는 단기간에, 가격 등락폭이 심한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가 상당수다. 상장폐지 직전인 코인에 자산을 몰아넣고 단기 급등의 ‘한 방’을 노리는 행위도 빈번하다. 선물 시장에서는 레버리지가 125배 상품을 넘어 200배까지 허용하는 상품을 사들인다. 당장 옆의 사람이 수십, 수백 배의 수익을 내자, 포모 심리에 휩싸여 무리한 투자에 도전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업계 일각에서는 “투기를 넘은 도박 수준의 무리한 투자에 도전하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1호 (2024.03.20~2024.03.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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