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걷다 발견한 한라봉 무인판매, 한 봉지에 천원
[문운주 기자]
▲ 성산일출봉 내수면에서 본 억새와 일출봉의 모습 |
ⓒ 문운주 |
내수면 습지대에서 식산봉, 쌍월을 지나 마을길로 거쳐오는 동안 일출봉은 모양을 조금씩 달리하며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다시 다가온다. 광치기 해변을 출발, 돌고 돌아서 도착한 곳이 출발지 인근이다. 2시간 여를 걸어왔다. 뛰어봤자 일출봉 손바닥 안이라고 해야 할까.
올레 걷기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지름길로 가면 단 몇 십분 거리지만, 굳이 쉬운 길을 택하지 않는다. '끊어진 길을 잇고, 잊힌 길을 찾고, 사라진 길을 불러내어 제주올레가 되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오조리의 마지막 바닷길이다. 아름다운 조화라고 해야 할까. 억새와 바다, 일출봉이 한데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다. 메마른 줄기와 열매가 삭막해 보이기는커녕 돋보인다. 여기에 빛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일 것 같다.
▲ 제주도서 발견한 한라봉 무인 판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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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오후 1시, 점심은 고성리에서 제주도 향토 음식 돔베국수를 먹었다. 돼지뼈를 우려낸 육수에 돔배고기를 곁들여 주는 국수는 시원하고, 뜨끈하고, 담백하다. 배를 채우고 대수산봉으로 향한다. 30여 분 걸었을까. 서성일출로 도로변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은 과일 귤, 귤은 값도 비싸지 않아 병문안 때 가볍게 들고 가곤 했다. 겨울철 국민 과일이다. 지금은 그 귤은 들어가고, 개량종인 천혜향이나 한라봉이 출시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제주 도로변에서 한라봉을 파는 무인판매대를 만났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제주의 새로운 풍속도라고 해야 할까. 간혹 해외 도시에서나 듣던 이야기다. 지하철에 지갑을 놓고 내렸는데 가져가는 사람이 없었다든가, 어느 도시에는 자동차 경적을 들을 수 없다는 것들 말이다. 한 봉지에 천 원이면 거의 거저다. 제주에는 무인으로 파는 한라봉 자판기(?)가 도로에 있는 셈이다.
▲ 섭지코지 대수산봉에서 바라본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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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일출봉 대수산봉에서 본 성산 일출봉 일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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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산봉 정상에서는 섭지코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도, 성산항, 일출봉, 광치기 해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광각으로 제주 성산, 고성 일대를 볼 수 있다.
큰뫼물을 한자어로 표기해서 부르게 되었다는 대수산봉은 표고 134.5m의 오름이다. 일출봉에서 볼 때 우측에 식산봉, 좌측으로 대수산봉과 소수산봉이 있다. 전망대에 올라 아름다운 제주 동해안 풍광에 취한다. 비취색 바다와 수평선, 흰모래, 신양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 혼인지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인(고을나,양을나,부을나)이 온평리 바닷가에 떠밀려온 니무 상자에서나온 벽랑국 세공주를 만나 혼인한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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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방목장을 거쳐 한 1시간 30여 분만에 혼인지 앞에 닿았다. 커다란 기와 건물과 잔디밭이 있는 한옥건물이다. 사당과 연못, 산책로 등이 잘 다듬어져 있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본다. 숲길을 거쳐 연못, 신방굴을 따라 이야기 속에 빠진다.
▲ 환해산성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리(약120km)에 쌓은 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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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해장성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리(약120km)에 쌓은 석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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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해 장성은 제주특별자치도 해안선 300여 리(약 120km)에 쌓은 석성이다. 1270년(고려원종 11년) 삼별초군이 들어는 것을 막기 위하여 영암부사 김수와 고여림 장군을 보내어 축성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잦은 침범을 막기 위해 증축했다. 현재 양호하게 남아 있는 곳은 10여 개소에 이른다. 특히, 이곳 온평리 해안가의 환해장성은 대략 2㎞에 걸쳐 흔적이 남아있다. 제주도 지정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환해 장성을 따라 온평 포구로 향한다. 성산은 온평포구, 신양포구, 섭지코지와 성산항 일대를 끼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이다. 온평에서 제주올레 2코스 트레킹을 끝내고, 잠깐 섭지코지를 둘러본 뒤 숙소인 종달리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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