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 1882억원 또 투입…건보료 더 내게 되나

오주연 2024. 3.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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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장기화에 '한시적 건보재정 투입' 연장
정부, 진료감소로 청구 줄어 지출 상쇄 기대
건보재정 악화로 보험료율 인상 필요성 제기
정부는 "인상 없이 필수의료 재정 투자 가능"

정부가 이달 초 1882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의료공백 대응에 투입한 데 이어, 다음 달 같은 액수인 1882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의료계 설득을 위해 각종 수가 및 지원금 인상 정책을 거의 매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건보 건전성 악화 우려와 건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다.

19개 대학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1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진료구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4월도 건보서 1882억원 투입 예정…건보 지출, 내년 100조

보건복지부는 전날 '2024년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비상진료 장기화에 따른 진료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월 1882억원 규모의 '비상진료체계 건강보험 지원방안'을 연장,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현장 의료진과 추가 인력 지원, 응급 환자 및 중증입원 환자 진료 보상 강화 등을 위해 건보 재정에서 1882억원을 지원한 데에 이어 다음 달에도 2차 1882억원 건보 재정 지출이 발생하게 됐다. 당시 정부는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한다"며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한 예비비 1285억원과 함께 월 1882억원의 건보 재정 지원을 발표했는데, 건보 재정 투입 종료 시점은 정해놓지 않았다. 다만, 건정심에 '의료공백 사태가 종결되지 않으면 재정 투입을 연장하게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라던 정부는 결국 두 번째 건보 재정을 투입하게 됐다.

이번 추가 투입에 따라 올해 건보 지출은 96조2553억원에서 96조6317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번 추가 투입이 마지막이라는 가정에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패키지에 건보 재정 ‘10조원+α’를 투입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외과계 기피 분야와 내과계 중증 질환 등에 5조원 이상,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의료기관 간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 2조원의 네트워크 보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하면 건보 지출은 내년부터 10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건보 수입도 1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 이 수입은 보험료율을 내년 1.49%(2023년 인상률) 인상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올해는 보험료율이 7.09%로 전년 대비 동결됐지만, 정부가 내놓은 '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보면 내년부터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1.49% 인상률도 가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산을 위해 잡아놓은 기준"이라며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건보료율 1.49% 인상 전제, 수입 늘지만 2026년 적자 전환

보험료율이 2025년부터 매년 1.49%씩 인상된다는 가정하에 건보 수입은 2025년 104조5611억원에서 2028년 125조2201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계산된다. 보험료율을 1.49% 올려도 2026년부터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당기수지가 적자로 전환된다.

건강보험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2009년 5.08%였으나, 꾸준히 인상돼 15년 만인 올해는 7.09%로 턱밑까지 차 있다. 정부는 올 초 건보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법정 상한선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도중 상한선을 논의해야 할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풀이해보면 2028년 전에는 아니지만, 이후에는 상한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회 예산처의 2023~2032년 건강보험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25년부터 건강보험료율이 2021~2023년의 평균인 2.06%만큼 증가할 경우 보험료율은 2030년에 상한선인 8.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2032년 누적 적자액은 61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8% 상한을 폐지할 경우, 누적 적자액은 여기서 11조원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보험료율 상한선을 폐지할 경우, 2030년 보험료율은 8.01%, 2031년 8.18%, 2032년 8.35%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이후 건보료율 상한선 조정되나…. 정부 "일단 지금은 안심"

건보 재정 안정성을 위한 건보료 인상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일단 "추가 인상은 없다"고 설명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023년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1.49%로 최근 6년간 최저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보험료율 인상 부담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28조원의 시재보유금(준비금)을 활용하고, 여러 재정 안정화 방안들을 추진함으로써 추가적인 건보료 인상 없이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면서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가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의료공백 사태 이후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건강보험료 청구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47개 상급종합병원서 매출이 수십억원씩 줄어들고 있다. 월 평균 3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1400억원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건보 청구액 감소가 월 1882억원의 건보 투입을 상쇄할 것이며, 의료사태가 지속돼 1882억원이 매월 계속 들어간다고 해도, 건보 청구액 역시 같은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당장 건보재정에 큰 부담이 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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