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일가 4명 배당금 '100억대' vs 개미 2만명 '24억'

임온유 2024. 3. 29.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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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오늘 주주총회 배당금 의결
차등배당 접고 '오너家 고배당'
정부, 배당금 확대 기업 감세 추진
"오너 고배당 기업 세제 혜택 줄여야"

허영인 SPC그룹 회장 일가가 상장사인 SPC삼립을 통해 올해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기는 반면, 2만명에 가까운 소액주주는 24억원가량을 받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배당소득세 감면과 배당금 확대 등 주주환원 기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압도적인 기업에 대해선 과도한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삼립은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현금배당 1700원 결의안건을 의결한다. 이에 따라 SPC삼립의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40.66%)은 59억64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는다. 허 회장(4.64%)은 6800만원, 두 아들(28.25%)은 각각 23억9285만원과 17억5215만원을 챙긴다.

SPC삼립, 2022년부터 차등배당 포기…오너 고배당 논란

SPC그룹의 지주사격인 파리크라상은 허 회장이 63.31%,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20.33%)과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12.82%), 허 회장의 배우자인 이미향씨(3.54%) 등 허 회장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SPC삼립은 올해 총 137억7887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는데, 허 회장 측으로 107억8901만원이 돌아간다. 이는 전체 배당금의 78%에 달한다. 반면 이 회사의 소액주주 1만9371명은 총 24억5823만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SPC삼립 주주 가운데 99.5%에 달하는 소액주주보다 4명인 오너 일가 측으로 배당금이 집중된 것이다.

파리크라상에 지급되는 배당금이 전부 허 회장 일가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리크라상이 허 회장의 가족 회사라는 점에서 막대한 배당은 오너가의 '현금 지급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SPC삼립은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2013년부터 대주주보다 소액투자자에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동일한 배당을 받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해에도 1주당 1700원, 총 137억7887만원을 배당급으로 지급했다. 허 회장 일가 측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107억원가량의 배당금을 가져간 바 있다.

이는 올해 주총에서 '차등배당'을 확대하는 기업들과 대조된다.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전날 열린 주총에서 일반주주는 주당 300원, 최대주주인 권원강 회장(지분율 69.2%)은 주당 200원을 배당받는 안건을 의결했다. 교촌도 권 회장 지분이 높다는 점에서 그동안 ‘오너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교보증권도 지난 26일 주총에서 올해 일반주주에 주당 250원을 배당하고 최대주주에게는 배당하지 않는 안건을 처리했다. 교보증권 최대주주인 교보생명보험 지분율이 84.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은 2020년 순이익 1000억원을 넘어선 뒤 매년 차등배당에 나서고 있다. 이 밖에도 네오티스와 비씨월드제약, 오이솔루션, 핑거, HPSP 등이 최대주주에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고 일반주주에만 준다.

정부 추진 '코리아 밸류업' 역행…전문가 "오너 고배당 기업 세제 지원 안 돼"

정부는 올해 들어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세제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소각하는 상장 기업은 법인세 감면하고, 배당을 늘린 상장 기업의 주주도 배당소득세를 줄여주는 방안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에서 “많은 기업이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묻지마 세제 지원은 최대주주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보다 오너일가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일가가 계열사 내부거래를 활용해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손쉽게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것을 막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마찬가지로 배당소득세 감면도 20% 지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당한 상장사가 많아 일률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 일감몰아주기와 비슷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국내 회사는 동일인(총수)과 그 친족이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부 간담회에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당시 간담회는 우리나라 증시 밸류업 방안이 논의됐으나 총수일가에 대한 과도한 배당금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었다"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만들 때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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