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열댓 개…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제, 언제 중단할 수 있을까?
이식받은 장기는 원래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의 면역체계는 그 장기를 공격한다.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등의 상황에서 내 몸을 방어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과정이다. 장기가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다보면 서서히 기능이 떨어지며 경우에 따라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식받은 후에는 면역체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장기 이식후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해도 장기 기능을 잘 유지했던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환자와 보호자들의 문의가 많다.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사람들 중 일부는 괜찮았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어떤 사람이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괜찮은지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면역억제제를 몇 번만 잘못 투여해도 다음 번 검사에서 바로 티가 날 정도로 이식받은 장기 기능에 영향이 간다. 면역억제제를 중단해도 괜찮을지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중이라고 하니, 아직은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장기 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는 다양한 면역억제제 외에도 다양한 약을 복용해야 한다. 먼저, 면역억제제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생길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는 약이 있다. 무슨 약이든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커지는데 면역억제제는 평생 복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관리를 위한 약들도 있다.
면역억제제도 여러 종류를 함께 사용한다. 간혹 본인이 처방받은 약 중 서너가지가 면역억제제라고 하니 임의로 일부는 빼고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면역반응에는 여러가지 단계가 있다보니 한가지 약으로는 그 단계들을 모두 막을 수가 없다. 한 가지 약으로 어떻게든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용량을 많이 투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커진다. 여러 면역 단계를 모두 막고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을 낮추기 위해 여러 약을 조금씩 사용한다.
면역억제제는 성분마다 복용법에 차이가 있다. 면역억제제 중 ▲타크로리무스 성분은 프로그랍, 타크로벨 등이 있다. ▲사이클로스포린이 성분인 약엔 산디문과 사이폴엔 ▲ 마이코페놀레이트가 성분인 약은 셀셉트, 마이렙트, 마이폴틱 등이 있다. 모두 하루에 2번,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한다.
이름에 ‘서방’이 들어간 약은 몸 안에서 천천히 약이 나오기 때문에 1번 복용한다. 사이클로스포린과 마이코페놀레이트는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지만, 타크로리무스는 음식에 영향을 많이 받아 공복에 복용해야한다. 또한 투여간격이 12시간으로 같기 때문에, 주로 타크로리무스 복용시간에 맞춰 함께 복용한다. 공복은 약 먹기 2시간 전부터 복용 후 1시간은 음식을 먹지않는 것을 뜻한다.
스테로이드는 ▲프레드니솔론이 성분인 소론도 ▲데플라자코트가 성분인 캘코트 등을 사용한다. 주로 아침에 1번 복용하나 아침 저녁 2번으로 나눠 복용하기도 한다. 식사와 함께 복용하면 위장장애 부작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여러 면역억제제들이 있다.
이식 후 초반 몇 달 동안은 이식받은 장기에 대한 면역반응이 강해서 면역억제제를 많이 투여하고 서서히 줄여나간다. 이때 줄여가는 속도와 양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상태가 다르고 면역억제제가 예민해 사람에 따라 흡수되는 정도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정도가 너무나 천차만별이라 피검사를 통해 몸 안에 면역억제제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 후 용량을 조절한다. 때문에 피검사가 굉장히 중요한데 반드시 약 먹기 직전에 시행한다. 병원에 방문하는 날에는 아침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상태로 채혈하고, 그 후에 약을 복용해야한다.
이식 후에 복용하는 약들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며 특히 용량이 계속해서 바뀐다. 최소한 본인이 복용하는 면역억제제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각 용량별로 약 모양이 어떤지도 알아야 한다. 한동안 1.5 mg를 처방받아 1mg과 0.5mg 하나씩 복용하다가, 이번 진료 때 2mg로 처방이 바뀌어 1mg 2개를 복용해야 하는데 용량이 바뀌기 전처럼 복용하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피검사를 통해 섬세하게 조절하는 약이고, 필요한 양보다 조금만 많이 먹거나 적게 먹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잘 챙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만약 복용하는 것을 잊었다면 잊은 것이 생각난 즉시 1회 복용량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지난 복용시간보다 다음 약을 복용해야 하는 시간이 더 가깝다면, 예를 들어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잊었는데 다음 복용시간이 5시간 남았다면 잊은 약은 복용하지 않고 다음 약부터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면 된다. 이 때 한 번에 2회량을 복용하면 몸 안에 면역억제제가 지나치게 많아질 수 있으므로 1회량만 복용하도록 한다.
면역억제제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약들은 면역억제제를 많이 투여하는 이식 초반에 많이 사용하고, 면역억제제를 서서히 줄여가며 함께 줄인다. 면역이 억제되며 필연적으로 발생확률이 높아지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한다. 세균감염은 주로 요도, 폐, 수술부위에서 일어날 수 있고 박트림, 셉트린 등의 약을 사용한다. 이 약은 피부를 태양에 약하게 만드니 외출시 긴 옷을 입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로 감염되는 바이러스에는 거대세포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BK바이러스가 있으며 검사결과에 따라 미리 예방약물을 쓰기도 한다. 곰팡이는 외부와 많이 접촉하는 입에 생길 확률이 높아서 니스타틴이라는 약으로 가글하여 곰팡이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입을 코팅한다. 약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으니 사용전에 잘 흔들어서 가능한 오랫동안 가글 후 삼켜야한다. 먹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감염 외에도 혈압, 혈당, 혈중 지질과 칼륨이 높아지는 부작용 등이 있다. 이 부작용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식받은 장기 기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식 후 병원에서 관련 수치들을 계속해서 검사하며 관리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체중 관리, 금연,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져야한다.
이식 후 직장생활이나 여행 등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으나 몇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무엇보다 약 복용을 잘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며,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평소 본인의 체온이나 혈압, 소변량 등을 잘 확인해 이상이 없는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다. 특히 열이 나는 건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서둘러 바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로 인해 감염 위험이 높아지므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될 때처럼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백신은 이식 후 시기에 따라 효과가 별로 없거나 종류에 따라 접종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주치의와 상의해야하며, 복용중인 면역억제제를 변경해야할 수 있으니 임신 계획시에도 미리 알려야 한다. 음식의 경우 일상적인 양을 골고루 먹으면 큰 제한은 없으나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해 이식 후 반년 정도는 익힌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면역억제제는 음식뿐 아니라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많다. 자몽, 오미자, 석류는 몸안의 면역억제제 농도를 몇십배나 높여버릴 수 있으니 섭취하면 안된다. 특히 한약, 홍삼, 즙 등은 워낙 재료가 다양하여 면역억제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기 힘드니 복용하지 말아야한다.
종합비타민은 여러 성분이 소량씩 들어있어 식사로는 다 채우기 힘든 영양을 보충하는데 이용 수 있다. 하지만 포장지를 보면 1일 권장량 기준으로 %가 표시되어있는데, 100%가 넘는 것이 있다면 필요한 것보다 과량이라 면역억제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일상생활에서 특히 주의해야할 것은 처방없이 살 수 있는 일반약이다. 엔세이드(NSAID)는 특히 신장기능을 낮출 수 있어 피해야 하는데, 아주 많은 해열진통제, 종합감기약 등에 포함되어있어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식전에 문제없이 사용했던 상비약이나 건강기능제품이라도, 일상적인 음식 외 모든 것은 먹기 전에 전문가에게 확인이 필요하다.
어떻게 관리하냐에 따라 이식받은 장기 수명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이식 후 의료진의 관리뿐 아니라 스스로 생활 수칙들을 지키고, 의료진을 믿고 논의하며 처방받는 약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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