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전문가 4인 "전력자 반드시 거래제한해야"[주가조작과의 전쟁]

차민영 2024. 3.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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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⑷아시아경제 특별 좌담회
불공정거래 행위, 기업화·조직화·첨단화
'원스트라이크아웃' 자본시장법 국회 계류
페어펀드 재원 마련돼…집단소송 개선 촉구
(시계 방향으로)박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가 25일 한국거래소 1층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아시아경제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증권 범죄 근절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자본시장은 공정성·신뢰성·건전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을 훼손하는 주가조작(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는 기업화·조직화·첨단화되고 있다.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내부자와 공모해 한층 더 교묘하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한다. 더 큰 문제는 손대는 종목만 바뀔 뿐 전력자 또는 전력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끊임없이 반복해서 주가조작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전력자들의 시장 재진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재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법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식의 전력자 10년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한 관련 법은 현재 국회 계류돼 있다.

아시아경제는 '라덕연 게이트' 1주년을 앞두고 25일 한국거래소 1층 세미나실에서 전문가 초청 특별 좌담회를 열고, 한국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좌담회에는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독본부 상무,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이 참석했다.

▶사회 =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작년 4월 라덕연 일당은 조직적으로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이동매매' 등 신종수법을 활용해 정부의 감시망을 피했다. 2024년 불공정거래 수법은 어디까지 진화했는가.

불공정거래는 여러 계좌가 동원되는데 가장 어려운 게 행위자 간에 서로 관련이 있다고 묶어내는 것이다. 저희는 '연계성을 구축한다'고 표현하는데 이를 회피하는 수단이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 작년처럼 수많은 휴대전화 계좌를 이용하거나 전국 곳곳에 인터넷 주소(IP)가 흩어져 있기도 한다. 회사 내부자들과 공모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사기적 부정 거래라고 하는 법 178조 위반 행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투자조합 같은 곳의 법인 내부자가 연계된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규모로 개인이 동원되는 사건이 늘어나는 듯하다. 가령 리딩방을 활용한 시세조종, 일명 '펌프앤드덤프(Pump and Dump)'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인플루언서 8명을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했는데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 관련 시세조종 이슈가 검토돼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고빈도 거래가 변동성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는지 혹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지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로 일반 국민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엄청나게 늘었다. 불공정 행위도 같이 따라서 늘고 범죄 행위 자체도 집단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 등 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불공정거래 조사 조직과 인력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충원 필요성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인력) 증원이 돼야 할 것이다. 지금 통계적으로 봐도 조사인력이 70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런데 지금 불공정거래 사건 수리 건수는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년보다 20% 증가했을 정도다. 조사 난이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 총 정원과의 관계에서 조사인력을 늘릴 필요성은 종합적으로 설득이 필요해 보인다.

인원을 마냥 늘리기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거래소는 매매 데이터를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적출·분석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인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불공정거래를 여러 기관이 같이 조사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거래소를 넘어선 단계에서 금융위·금감원 공동조사를 하는 경우는 현재로서는 우리나라뿐이다. 무엇보다 두 기관의 권한이 너무 다르다 보니 그로 인한 비효율도 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저희 조직이나 인력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다. 실제 혐의를 다 일일이 밝혀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서 인력이 더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검찰도 남부금융범죄수사부를 정식 직제화했고 금감원도 조사 인력이나 수사 인력을 좀 늘렸다. 거래소도 늘었고 계속 그런 노력은 일단 하고 있다. 불공정 대응 체계 관련 기관들 전반적으로 다 같이 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될 듯하다.

(왼쪽부터)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 박재훈 금융위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한국거래소 1층 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아시아경제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증권 범죄 근절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과 금융위 모두 출국 금지 요청권이나 통신사실 조회권, 증거보전신청권(자산동결) 등이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실 조회는 금융위·금감원은 할 수가 없지만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통신사실 조회가 가능하다. 저희 욕심 같아서는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과징금 제도라는 중요한 제도가 도입됐으니 이를 안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금융위·금감원·검찰·거래소 등이 계속 협업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공정거래의 효율적인 조사와 제재를 위해서는 그 행정 절차와 형사절차의 조화로운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입법적으로 가령 행정 조사를 받는 자에게 출국 금지를 명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검토한다든가, 혐의자의 계좌·자산을 동결한다든가 등은 입법 검토가 가능해 보인다. 다만 추징보전, 통신 조회, 압수 등은 형사 절차를 통해 영장주의라든가 형사 절차의 헌법적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개인 권한을 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요소도 있기 때문에 엄격한 요건이 요구될 것이다. 형사법적인 대원칙이 있는데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형사법적인 권한을 양 기관(금융위·금감원)이 행사할 수 있도록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를 활용해야 한다.

올 1월부터 과징금 제도가 도입됐다. 3대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재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제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과징금 도입 등 행정벌 부과로 신속 제재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가조작 행위 반복을 막으려면 부당이득을 강력하게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법 개정으로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법제화가 됐는데 더 강력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현행법 218개 중 검찰과 협의해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와 이를 본떠 만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불공정거래 2개뿐이다. 신속한 제재라는 과징금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다. 과징금의 법적 성격과 타 법령과의 정합성에 비추어 볼 때 과징금과 형사처벌은 별개로 검찰과 협의없이 행정부처에서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금 가장 큰 숙제는 과징금 제도를 제대로 운영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안착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혐의자 수가 많지 않거나 범죄 규모가 크지 않은 건은 검찰과 협의해 빨리 과징금부터 가할 수 있게 하겠다. 수사가 필요하면 또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협업 툴이 생긴 것이다.

과징금 부과로 '페어펀드' 재원 토대가 마련된 듯하다. 도입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을까

미국처럼 과징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기금에서 투자자 보호나 포상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현행법상 과징금을 국가의 특별회계 혹은 기금에 귀속시켜 용도를 특정 사업으로 한정하는 부분을 고민해 볼 수 있다. 현재 3대 불공정거래에 과징금이 징수돼도 일반회계에 귀속된다.

이익 박탈적 성격의 과징금 제도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라도 페어펀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미국에서도 페어펀드는 입법을 통해 도입됐고 SEC내 징수 분배국과 같은 조직을 통해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피해자를 잘 가려낸 뒤 징수한 과징금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과징금 제도가 잘 정착되고 과징금이 효율적으로 징수되면 이런 논의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 페어펀드와 같은 기금 도입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SEC랑 똑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작년 권익위원회가 총괄하는 보상금 제도를 만들었다. 국가 수익에 도움이 되는 제보를 했거나 신고를 했으면 그 일정 부분을 포상금으로 주는 제도다. 그런 것들이 불공정 행위를 떠나 전 분야에 있어 계속 논의되고 있다. 당장 페어펀드 도입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논의하고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국은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불공정거래행위 제재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 의사록 공개 방식을 상세히 하는 방안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격권을 상당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신상 공개는 법원이 형사 처벌을 할 때 동시에 하도록 하고 있다.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신상을 공개해 재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도 실명을 알면 불공정행위 관련 전력자에 대해 더 경계하게 될 것이다.

작년 9월에 (방안을) 발표하면서 같이 논의했던 게 통신사실 조회하고 제재 확정자 공개되는 부분이다. 이는 국민 입장에서는 권익에 대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통신사실을 조회하고 제재 확정자를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작년 9월 발표에 들어는 있지만 (확정해) 넣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차분히 검토하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보려고 한다.

피해자 보호 수단인 집단소송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개선 방안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소송 사건 자체가 너무 오래 걸리고 증거 확보도 힘들다. 일단 거래소 소송지원센터에서 1심 판결문이나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증권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된 게 약 15년 전인데 아직도 활성화되지 않았다. 첫 번째 원인은 피해자가 누구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주가조작이면 그 시기에 투자한 사람이 피해자인가, 누구는 피해자이고, 알고 들어갔는지 여부 등 피해자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개별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를 어떻게 산정할 것이냐다. 예를 들어 주가가 일정 기간에 100% 상승했으면 한 20% 또는 30%만 행위자들로 인해 주가가 올라도 주가조작으로 인정해준다. 이처럼 주가 흐름과 행위 간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구분해 입증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6심제로 진행이 되다 보니 어려워진다. 소송 허가가 나면 즉시 항고 재항고해서 대법원 판단을 거쳐서 집단 소송 개시까지 5~6년이 걸린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불공정거래 억제와 재범 방지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력자 거래제한 조치 도입이 시급하다. 거래소 심리 결과를 살펴보면 종목은 다른데 동일한 자로 추정되는 자가 끊임없이 불공정거래를 저지른다. 이를 막으려면 시장 참여를 못 하게 막는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형사법 제재와 함께 부당이득을 철저하게 환수해야 한다.

자산동결제도와 전력자 거래제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헌법상 재산권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섬세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전력자 거래제한 제도는 금융위에서 방안을 발표해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이제 국회가 열리게 되면 법안소위에서 순위에 따라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자본시장 거래제한은 불공정거래 행위자가 향후 자본시장에서 자본소득을 얻을 기회를 제한해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비용을 증가시켜 해당 행위에 대한 유인을 줄인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재범률이 2021년 기준 21.2%로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거래제한 제도는 재범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왼쪽부터 박재훈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이승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상무.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시장 참여자나 투자자에 당부할 사항이 있다면

텔레그램 방이나 메시지 등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공정 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거나, 투자 문화 자체에 대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불공정거래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특히 경영자들은 자사 주식이 불공정거래에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K-ITAS(상장법인 임직원 내부자거래 알림 서비스) 서비스가 있다. 상장법인 임직원이 자기주식 등을 거래할 때 그 내역을 해당 법인에 문자로 통보해 주는 무료 서비스다. 거래소에서 가입·미가입 기업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심리 통과 실적을 비교해본 결과 가입 회사의 통과율이 월등히 높았다.

편집자주 - 주가조작 관련 범죄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부당이득 합계 7305억원)의 '라덕연 게이트'가 발생한 지 1년(2023년 4월24일)이 되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자들의 악몽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 시장에 실효성 있는 피해자 방안은 없습니다. 소송밖에는 답이 없으나 비용 부담과 피해입증 어려움으로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라덕연 게이트'로 형사처벌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효성 높은 금전적 제재를 도입한 자본시장법 개정은 의미가 크지만 다양한 형태로 지속해서 증가하는 증권 범죄를 근절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적발·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엄정한 제재를 위한 추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부 특별취재팀은 해외 자본시장 선진국의 제도를 살펴보고, 증권 범죄를 억제하기 위해 우리 시장의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봅니다. 또한 지능적·조직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만큼 투자자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시세조종, 보고의무 위반 등 각종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다양한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자본 시장 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보(lsa@asiae.co.kr) 부탁드립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팀장 이선애 부장 △김민영 황윤주 차민영 김대현 기자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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