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지금은 못 주겠다”… 자식에 집 물려주는 나이 ↑

강창욱 2024. 3. 2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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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집합건물 증여인 37%
50·60대 등 다른 연령대 모두 ↓
“고령화 영향으로 증여 늦춰져”


자신이 보유한 집을 자녀 등에게 물려주는 시기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부모 등으로부터 집을 물려받는 나이도 급상승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재산을 주고받는 양측 모두 평균 연령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27일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증여인 5745명 중 36.7%인 2107명이 7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합건물은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처럼 독립 공간이 여럿인 건물을 말한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70대 증여인 비중은 2020년만 해도 23.1%로 60대(26.7%)나 50대(24.7%)보다 낮았다. 이들 비중은 2021년 25.2%로 50대(24.6%)를 제치고 60대(25.5%)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난 데 이어 이듬해 1위(28.6%)로 올라섰다. 이때 60대는 26.1%, 50대는 23.5%였다.

70대 증여인 비중은 지난해 36.1%를 기록하며 1년 만에 7.5% 포인트 급증했다. 60대와 50대는 각각 22.6%, 18.9%로 줄었다. 70대와 60대 간 비중 차이는 지난해 13.6% 포인트에서 14.0%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올해 50대 비중은 17.0%로 4년 연속 감소하며 2022년 대비 7.7% 포인트 감소했다.

40대가 집을 물려주는 비중은 2022년 14.4%에서 올해 11.6%로 낮아졌다. 4년 연속 줄었다. 4년 전 9.0%였던 30대는 2022년 6.7%까지 낮아졌다가 2년 연속 반등해 올해 8.6%까지 다시 늘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령화 속 ‘액티브 시니어’(활동적인 노년층)로서 여생 동안 보유자산을 운용하며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시점도 자연스레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직계존속의 집합건물 증여 시점은 대략 60세를 넘겨야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연간 증여인 수는 2020년 8만389명에서 2021년 7만683명, 2022년 5만4083명, 2023년 3만2450명으로 3년 연속 급감했다. 2022년 하반기 본격화한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데다 은퇴 후 근로소득이 제한적인 고령자가 부동산 자산 증여를 미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함 랩장은 진단했다.

집을 물려받는 사람(수증인)의 연령대도 높아졌다. 2020년 40대(22.6%) 30대(21.6%)에 이어 세 번째(20.1%)였던 50대 수증인 비중은 지난해 27.7%로 1위에 올랐다. 올해는 26.6%로 소폭 낮아졌지만 역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22.0%, 60대 19.3%, 30대 16.1%, 70대 이상 8.0%, 20대(19~29세) 6.8% 등의 순이었다.

최근 4년 사이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건 20·30대다. 2020년 21.6%로 40대(22.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던 30대는 2021년(20.5%)까지만 해도 순위를 지켰지만 2022년 18.3%, 지난해 14.5%로 감소 속도가 가팔랐다. 올해는 16.1%로 반등했지만 지난해와 동일하게 50대, 40대, 60대에 이은 4위에 그쳤다. 2020년 13.7%였던 60대 수증인 비중은 올해 19.3%로 20%에 육박했다. 2021년만 해도 14.8였던 20대는 올해 6.8%로 급감했다.

함 랩장은 올해 30대 수증인 비중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그는 “49세 이하 연령대에서 지난해보다 수증인 비율이 증가한 유일한 연령대”라며 “올해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적용되는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 신설이 주요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혼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직계존속인 증여인이 수증인의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즉 최대 4년 안에 증여한 재산에 대해 1억원 추가 공제를 해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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