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돈의 세계] 인구밀도와 출산율 ‘상관’일까 ‘인과’일까
빙과류 소비와 열사병 발생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빙과류 소비량이 연중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열사병 환자도 집중된다. 두 변수는 인과관계는 아니다. 즉, 빙과류를 많이들 먹어서 열사병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어떤 사이인가. 두 변수가 인과관계라는 주장이 2020년에 처음 논문으로 발표된 이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나온 책 『초저출산은 왜 생겼을까』에도 담겼다.
둘은 인과관계는 아니다. ‘인과’를 주장하는 측은 인구밀도가 경쟁압력을 통해 출산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경쟁압력 상승은 1인당 주거·업무 공간 축소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관련 조사에서 “전보다 복닥대며 살고 일하기 때문에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는 답변은 나온 적이 없다. 또 1인당 공간을 넓히고 그 결과 인구밀도가 높아지게 되는 선택이 가능하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고밀도로 주거·상업지역을 개발하면 그렇게 된다. 이 경우 인과관계 주장의 기초인 ‘인구밀도와 함께 경쟁압력이 높아진다’가 무너진다. 셋째, 인구밀도는 집값을 통해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 인구밀도가 낮아져도 주거비용이 경감되지 않는다면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 서울이 그런 사례를 보였다. 서울 인구밀도는 2017년 1만5000명대로 떨어졌고 계속 낮아졌다. 그러나 서울 출산율은 2017년 이후에도 매년 하락해 지난해 0.593명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두 변수 간 상관관계도 느슨하다. 예컨대 파리는 인구밀도가 서울보다 높고 출산율도 높다.
따라서 수도권 인구밀도 저하를 통한 출산율 제고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 수도권 인구밀도 저하 자체가 어렵거니와 그 효과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그보다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고밀도 서울 개발이 효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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