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당락 가늠자? 각 당 분석이 더 정확했다 [팩트체크]

양민철,박재현,박성영 2024. 3.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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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여론조사 속설


22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총선에 명운을 건 여야가 선거 여론조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끈 건 최근 한 달 새 크게 출렁인 여론조사 추이다. 각 정당은 겉으로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전혀 다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초비상이 걸리기도 하고, 오만하면 안 된다며 표정관리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다면 총선 여론조사는 실제 선거 결과와 얼마나 가까울까. 국민일보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과거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각종 속설이 어디까지 맞는지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그 결과, 여론조사 속설은 총선 판세를 대략 반영하는 수준일 뿐 실제 결과와 크게 엇갈리거나 정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대표적 속설 중 하나는 ‘현직 대통령 지지율에 0.9를 곱하면 여당 득표율이 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지지율보다 10% 낮은 수준에서 여당의 총선 득표율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18~21대 총선에서 이 속설이 맞았던 사례는 18대 한 차례였다. 당시 선거 직전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54.8%(리얼미터 조사)였다. 여기에 0.9를 곱한 수치는 49.3%다. 실제 한나라당 득표율은 51.2%였다. 2% 포인트 차이만 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 범위(±3.7% 포인트) 이내였다(각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이후 선거에서 이런 속설은 대체로 빗나갔다. 여당 득표율이 모두 대통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면서다. 이명박정부 5년 차인 19대 총선에선 대통령 지지율(23.0~29.8%)과 비교해 여당인 새누리당의 총선 득표율(50.7%)이 20% 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다. ‘MB 심판론’이 ‘박근혜 대세론’으로 뒤집히면서 나온 결과다. 20·21대 총선도 선거 직전 박근혜·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각각 39%·55%였는데 실제 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40.67%)과 더불어민주당(60.00%) 득표율은 이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총선 여론조사가 대략적 판세를 보여주는 풍향계 역할은 하지만, 미래 선거 결과를 ‘족집게’처럼 예견하는 도구가 될 순 없다고 말한다. 선거철마다 떠도는 여론조사 속설도 “10번 중 5번 맞는 것도 찾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은 28일 “여론조사는 민심이 어느 위치와 범위에 있는지 조사해 보여주는 것이 기본적 기능”이라고 말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총선이 2주 남은 상황에서 오차 범위가 3~5% 안팎인 격전지는 어느 쪽이 100% 앞섰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과 응답률 3% 미만인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다’는 속설도 있다. ARS는 기계음에 거부감을 느끼고 끊는 경우가 많고 응답률이 낮은 조사는 표본의 품질이 낮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여론조사 업체 30여곳으로 구성된 한국조사협회는 ARS 조사를 ‘비과학적’ 방식으로 규정하고 전화면접 방식과 응답률 7% 이상 여론조사만 공표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다만 여론조사 방식과 응답률이 예측의 정확성과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단적으로 ARS 방식이 실제 선거 결과에 더 가깝게 나타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격차는 전화면접 방식(전국지표조사)이 8% 포인트, ARS 방식(미디어토마토)이 11.8% 포인트였다. 실제 선거 결과는 17.15% 포인트로 ARS 조사가 상대적으로 더 가까웠다.

응답률 역시 높고 낮음보다 표본과 조사 항목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평가다. 가중치 설계, 오차 보정 등에 따라 같은 조사도 예측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응답률과 예측 정확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입증할 연구 결과는 없다”면서 “다만 과학적 조사를 위해 응답률을 높이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속설, 어디까지 맞을까

‘총선 한 달 전 정당 지지율이 실제 선거 득표율과 유사하다’는 속설도 대체로 맞지 않았다. 지난 19대 총선 한 달 전 새누리당 지지율은 29.0%, 민주통합당 지지율은 27.0%(한국갤럽)로 양당 격차는 2% 포인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양당 격차는 새누리당 50.7%, 민주통합당 42.3%로 8% 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20대 총선도 한국갤럽(새누리당 39.0%·민주당 23.0%), 리얼미터(새누리당 44.1%·민주당 27.8%) 등 다수 여론조사가 여당 승리를 예상했다. 그렇지만 실제 선거에선 야당인 민주당(41.0%)이 1당을 차지했고 새누리당(40.7%)은 2당으로 밀렸다. 21대 총선도 민주당(39.0%)과 미래통합당(22.0%)의 지지율 격차가 17% 포인트(한국갤럽) 수준이었지만 실제 선거 격차는 25.67% 포인트였다. 한국갤럽은 2020년 발간한 ‘정당 지지도와 정당별 의석수 비율이 다른 7가지 이유’ 보고서에서 “유권자는 정당만 보고 표를 주지 않는다. 정당 지지도만큼 득표할 것이란 가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총선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속설도 맞지 않았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실시된 9차례 총선 중 투표율 60%를 넘었던 5차례(13·14·15·17·21대) 선거에서 모두 여당이 1당을 차지했다. 높은 투표율은 꼭 야당 승리로 이어지진 않았다.

‘정권심판론과 국정안정론 비율이 거대 여야의 득표율과 유사하다’는 속설도 정확히 맞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20대 총선에서 박근혜정부 심판론은 55.3%, 국정안정론은 22.6%(디오피니언)였다. 그러나 선거에서 거대 여야 득표율(민주당 41.0%·새누리당 40.7%)은 0.3% 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안철수 돌풍’을 일으킨 제3정당 국민의당이 득표율 12.67%를 거두며 정권심판론 표심을 상당수 가져갔다.

21대 총선도 정권심판론(40.0%)과 국정안정론(51.0%) 격차는 11% 포인트 수준(한국갤럽)이었지만 실제 선거에서 민주당(60.0%)과 미래통합당(34.3%)의 격차는 25.67% 포인트로 더 크게 나타났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할 때 야당이, 국정안정론이 우위일 땐 여당이 승리한 것은 맞지만 전체 의석수의 바로미터는 아닌 셈이다.

여야는 자신의 운명을 안다?

일각에선 ‘각 정당이 자체 진행하는 판세 분석이 더 정확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대체로 사실에 가까웠다. 18~21대 총선에서 여야가 내놓았던 판세 전망을 보면, 여야 중 최소 한쪽은 선거 결과에 근접한 예측을 내놨다. 예상 의석수의 오차범위도 5석 이내였다.

21대 총선은 민주당의 판세 분석이 가장 정확했다. 당시 이근형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언론 등에 예상 지역구 의석수를 ‘130석+α’로 발표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드러난 당 내부 자료에서 지역구 예측치는 163석으로, 실제 선거 결과와 일치했다.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예측이 정확했다. 선거 전 127석을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는 122석이었다. 19대 총선과 18대 총선은 각각 패자와 승자가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한 사례였다. 19대 총선에선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의 의석수를 130석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실제 결과도 127석으로 유사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18대 총선에선 여당인 한나라당이 150석을 예상했고, 실제 선거에서도 국정안정론을 타고 153석을 얻었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정당은 지역구별 선거 결과나 현장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으로 외부에 공표하는 것과 별개”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맞혔다고 이번 선거에서 또 맞힌다는 보장은 없다”며 “정당이라고 해서 반드시 정확하진 않다”고 했다.

선거 여론조사, 왜 빗나갈까

여론조사업계에선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는 출구조사’라는 말도 있다.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누구를 찍었는지 응답하는 ‘과거지향적’ 조사라 상대적으로 오염도가 낮다는 취지다.

다만 출구조사도 빗나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가 허용된 16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6차례 선거 가운데 3차례(16·19·20대)는 다수당 예측조차 어긋났다. 그나마 21대 총선에서 1당인 민주당 의석수(180석)에 근접한 출구조사(최대 177석)가 나왔다.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는 모두 판세와 흐름을 진단하는 보조수단일 뿐 선거 결과를 미리 보는 해답지는 아닌 셈이다.

특히 총선은 대선에 비해 여론조사 예측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254개 선거구’와 ‘무응답자’라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해서다.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선 254개 선거구 결과를 모두 살펴봐야 하는데, 단순한 정당지지율만으로 여야 의석수를 예상할 수는 없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부문장은 “254개 선거구 가운데 두 번 이상 여론조사를 하는 선거구는 절반 수준”이라며 “격전지를 제외하면 투표일까지 조사를 안 하는 선거구도 있다”고 말했다. 22대 총선에 신설된 경기 화성정은 3선인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과 전용기 민주당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지만 28일까지 한 번도 공개 여론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무응답’으로 대표되는 부동층 표심도 관건이다. 이들이 실제 투표장에 갈지, 간다면 어느 쪽에 투표할지 예상 결과를 내놓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김 부문장은 “여론조사는 실제 투표하는 투표자가 아니라 유권자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조사”라며 “조사의 설계와 추정 방식에 따라 결과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선거 직전 돌발 변수가 부동층 표심을 뒤흔든 사례도 있다. 2012년 19대 총선의 경우 야당인 민주통합당 우세를 관측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그런데 선거 직전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불거지며 한나라당(152석)이 1당을 차지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표 도장 찍기 직전까지 바뀔 수 있는 게 부동층 표심”이라고 말했다.

조사 방법의 한계를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매년 조사 방식과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유권자 표심이라는 ‘미래지향적’ 정보를 100% 정확히 담아내긴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여론조사 결과를 등록하기 위해선 조사 대상과 표본 크기는 물론 가중값 산출·적용 방법, 전체 질문지 등 17개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조사 방식 역시 ARS에서 전화면접으로, 무작위 전화걸기(RDD)에서 연령·지역 등이 특정된 일회용 가상번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투표용지에 담길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여심위에 등록된 선거 여론조사 업체는 28일 기준 61곳이다. 지난해 말(88곳)보다 30.7%나 줄었다. 올해부터 여론조사 업체 등록 조건(분석 전문인력 최소 3명, 연 매출 1억원 이상 등)을 강화한 규칙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는 83곳, 2022년 대선 때 등록된 업체는 89곳이었다.

팩트체크팀=양민철 박재현 박성영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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