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재건축 투자 괜찮을까···잠실주공5·여의도 재건축 눈여겨볼만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3. 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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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평형 많고 용적률 200% 이하 주목

‘갈 곳은 간다.’

예전처럼 ‘로또’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재건축 단지는 여전히 유효한 투자처다. 만성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여전히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재건축 단지는 비록 지금은 낡았지만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건축 추진 단지는 대체로 그 지역 내에서 입지가 괜찮은 곳에 위치했다. 특히 교통과 학군까지 좋은 입지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마친 새 아파트는 매매 시장에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물론 너도나도 재건축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적절한 조건과 사업성 갖춘 단지만 골라 보다 까다롭게 ‘옥석 가리기’ 해야 할 시점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도 걸리는 재건축 과정에서 온갖 변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떡잎을 판단할 몇 가지 단서는 있다. 원칙은 ‘돈(사업비·추가분담금 등)이 덜 들고, 가격(일반분양가·주변 시세)은 높게 받을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것이다.

재건축 투자를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용적률이 낮은 단지를 고르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평균 용적률이 200% 이하, 규모는 1000가구 이상은 돼야 재건축을 진행할 만하다고 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은 초고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야 ‘수지 타산’이 맞기 시작했다. (윤관식 기자)
[1] 용적률 낮을수록 유리

일반분양 물량 많아야 사업성 UP

용적률은 건축물의 연면적(건축물 각 층 바닥 면적의 합계)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400㎡ 대지에 땅(바닥) 면적 200㎡의 2층짜리 건물이 서 있다면 용적률은 100%다. 만약 땅의 면적이 200㎡고 용적률이 200%라면 연면적 400㎡까지 건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용적률이 높을수록 건축물을 높게 (또는 넓게) 지을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의 경우 기존 용적률은 낮고, 새로 적용받을 허용 용적률이 클수록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늘어난다.

물론 저층 단지일수록 용적률이 낮아 투자 수익이 높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서울에서는 5층 이하 저층 재건축 단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10~15층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3종일반주거지역 기준 용적률 한도가 최대 300%(서울시 조례 250%)인 점을 감안할 때 용적률이 200%를 웃돌면 층수를 높여도 확보할 수 있는 일반분양 물량이 얼마 없다. 일반분양으로 버는 수익이 낮으면 조합원 부담이 커진다.

일례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337동’ 조합원들은 최근 거액의 분담금을 통보받고 혼란에 빠졌다. 전용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받아도 내야 하는 분담금은 12억1800만원에 달했다. 고금리에 공사비가 급등한 탓도 있었지만, 인센티브 없이 기존 용적률(246%)을 그대로 적용해 1대1 재건축을 추진한 탓에 일반분양 물량이 없어 추가분담금이 많이 나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중대형 평형 비중 높은 단지 눈길

대지지분 높아야 부담금 줄어

단, 용적률만 낮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용적률이 낮아도 소형 가구가 많다면 재건축 사업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기존 용적률이 93%로 낮은 편이지만, 모든 가구가 전용 37㎡로만 구성돼 있어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41.9㎡·12.7평)이 적다. 대지지분(대지권면적)은 쉽게 말해 ‘내 몫의 땅’이라고 보면 된다. 상계주공5단지는 애초에 가구당 보유한 땅이 작았기 때문에 전용 84㎡를 받기 위해선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지지분은 투자 전 반드시 확인하는 지표 중 하나다. 정비업계에서는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이 50㎡(약 15평) 이상인 중대형 위주의 단지가 사업성이 좋다고 본다.

입지가 같고 대지면적이 각각 3300㎡(1000평)인 A단지와 B단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두 단지 용적률은 모두 136%지만, A단지는 50㎡ 소형 아파트 90가구만으로, B단지는 100㎡ 45가구만으로 이뤄졌다. 만약 이들 단지가 재건축 시 용적률 300%를 적용받는다면, 지을 수 있는 연면적은 9900㎡(3000평)가 된다. 이때 두 단지 소유주 모두 100㎡짜리 새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어 한다면 사업성은 어떻게 될까.

단순 계산하면 A단지는 조합원 90가구에 돌아갈 연면적 9000㎡를 사용했기에 남는 900㎡(9가구)만 일반분양 물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애초에 기존 주택이 소형 평형이었고, 대지지분도 적은 만큼 권리가액도 낮았을 테다. 추가분담금(조합원분양가-권리가액)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B단지는 조합원 45가구에 새 아파트(총 연면적 4500㎡)를 모두 공급하고도 아직 4500㎡(일반분양 45가구)만큼의 여유가 있다. 중대형 위주 단지라 A단지보다는 가구당 대지지분이 상대적으로 컸을 것이고, 그만큼 권리가액도 높아 추가분담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두 단지 예시는 물론 임대주택과 각종 부대시설 조성 비용 등을 포함 안 한, 극단적인 예시지만 어쨌든 같은 용적률 조건이라면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B단지가 분양 수익이 훨씬 크다. 사업비로 충당할 분양 수익이 넉넉할수록 각 조합원이 추가로 분담해야 할 금액은 낮아진다.

[3] 추가분담금 낮추려면

일반분양가 높게 책정할수록 유리

재건축 순항을 위해선 추가분담금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단지를 골랐다면, 다음에는 일반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곳으로 선택지를 좁혀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분양가가 높아야 분양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3.3㎡당 건축비만 10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어지간한 가격을 받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졌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유일한 규제지역인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분양 가격은 주변 시세의 80% 수준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인데도 강남권은 주변 신축 아파트 시세가 워낙 높고, 대기 수요도 많아 분양 수익으로 어느 정도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용산구는 한남뉴타운처럼 분양 흥행과 일반분양 수익이 기대되는 곳이면 공사비가 올라도 어느 정도 사업성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분양가를 마냥 높게 책정하기 힘든 지방의 경우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이 대표는 “지방의 경우 공사비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반분양 물량이 충분한 재건축 단지를 고르는 게 안전하다”며 “다만 공사비 급등을 이유로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 단지는 미분양·미계약 물량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공사비를 줄일 차례다. 사업지 면적이 클수록, 기왕이면 소규모 단지보다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단위면적당 공사비가 덜 든다. 3.3㎡당 공사비를 1300만원대에서 협의 중인 신반포33차는 2개동, 160가구의 소규모 단지다. 3.3㎡당 900만원이 넘게 드는 신반포27차와 도곡개포한신 역시 재건축 규모가 1000가구 미만이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인근 단지와 통합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 정비 시장에서는 한동안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었는데 고급 마감재에 특화 설계, 초고층 바람이 불면서 공사비가 크게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원자잿값이 급등하고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로 고급화를 포기하고 사업성을 사수하려는 단지가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와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조합은 고급 마감재를 일반 마감재로 바꿨다. 서대문구 홍제3구역 조합은 최근 커튼월룩(유리패널 외관)과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포기했다. 이들 단지는 이런 거품을 걷어내 3.3㎡당 공사비를 100만원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도 공사비를 줄일 목적으로 초고층 건축을 포기했다.

마지막 요건은 소유주, 즉 조합원들의 재건축 추진 의지다. 보통 소유주 연령이 높고 직접 거주하는 경우가 많으면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을 감수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처럼 공사비가 급등해 추가분담금이 늘어나는 경우 조합원 반발이 심해져 사업이 지체되고는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동안 재건축 사업 열쇠는 인허가 속도에 있었는데, 이제는 조합원들이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지가 핵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재건축 단지 어디?

여의도 한양, 1억원 환급 가능

용적률이 낮고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은 단지는 어디일까. 서울에서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대표적이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 대지지분은 보유 평형의 3분의 1 수준으로 본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대지지분이 대략 74.5㎡로 거의 1대1 비율로 크다.

15층 이하 중층 단지치고 기존 용적률이 드물게 낮다는 점도 잠실주공5단지의 매력이다. 재건축업계에서는 중층 단지 용적률이 180% 이하면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보는데 현재 잠실주공5단지 용적률은 그보다 한참 낮은 138%다. 지난해 초 잠실주공5단지가 제3종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서울시 기준 용적률 400%)으로 종상향된 덕분에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도 넉넉하다. 이에 따라 잠실주공5단지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로 확보해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구가 2000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고 층수를 50층까지 확보해둔 가운데 70층 상향까지 추진하면서 사업성뿐 아니라 희소성까지 높아졌다. 최근 교육청과 발생했던 학교 용지 분쟁을 마무리 짓고 최고 층수를 70층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정비사업계획 변경을 추진하는 중이다. 입지도 우수하다. 단지 인근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은 물론 한강시민공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과도 가깝다. 잠실종합운동장 복합개발(MICE)이 예정돼 있는 점도 호재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분양가를 얼마에 책정할지가 관건이지만 공사비, 사업비가 오르더라도 일반분양 수익으로 웬만큼 충당 가능한 사업지”라며 “장기간 자금을 묶어둘 여유만 있다면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도 눈여겨볼 만한 재건축 잠룡으로 꼽힌다.

대부분 1970년대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여의도 아파트들은 아파트가 노후화해가는 데도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각종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계획안을 짜 빠른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신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한다. 서울시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조건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졌던 여의도 재건축이 어느 정도 ‘수지 타산’이 맞기 시작했다. 덕분에 최근 여의도 일대에서는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활발하다.

재건축 후 오히려 환급(이익)이 예상되는 단지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전용 84㎡ 복도식인 A~C동에서 새 아파트 동일 면적을 받을 때 9131만~1억4298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계단식인 D~E동은 전용 110㎡를 받을 때 9997만~1억4242만원을 돌려받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지난해 3월 공고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전용 84㎡ 소유자가 같은 평형을 분양받을 때 2억1500만원의 환급액이 주어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3.3㎡당 일반분양가 6400만원, 공사비 850만원을 적용한 결과다.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탓에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훌쩍 넘을 거라던 우려와 달리 시공사들은 최근까지 3.3㎡당 790만~820만원대 공사비를 제안하며 수주에 열을 올렸다. “여의도 금융 중심지 조성에 따른 종상향으로 일반분양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돼 사업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 이은형 연구위원 설명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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