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오’한 카카오식 쇄신…문제가 뭐길래 [경영전략노트]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3.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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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용서되는 ‘전문가’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이 됐다. 최근 카카오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인사를 두고 일컫는 말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경영 리스크를 겪으며 “새로운 카카오”를 외쳤다. 특히 인적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CTO 내정은 카카오의 최고 문제점으로 꼽히던 ‘회전문 인사’의 반복이었다. 카카오가 본사 CTO로 내세운 인물은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 2021년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70억원대 차익을 실현해 비판받았던 인사다. 카카오가 외치는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일각에선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언오(Unauthentic·진정성 없는)한 카카오식 쇄신”이라고 지적한다.

카카오가 또 한 번 ‘인사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카카오 판교아지트. (매경DB)
출범부터 흔들리는 정신아號

신원근·류긍선 대표 연임도 논란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인사 논란은 정규돈 CTO 외에도 더 있다. 계열사 카카오페이 인사도 비판의 대상이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대표인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재선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당초 3월 말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표 선임 당시부터 ‘인사 논란’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2021년 12월 벌어진 ‘스톡옵션 먹튀’ 논란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다.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대규모 차익을 실현했다. 그런데도 카카오페이는 신 대표를 2022년 대표로 선임했다. 당시 일부 시민단체들은 신 대표를 겨냥해 “사퇴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신 대표 임기는 올해 3월 말까지다. 최근 카카오가 쇄신을 외치면서 신 대표 연임도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문에서 신 대표를 두고 “핀테크 산업 경험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대표이사 재직 기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매출 성장을 이끌어왔다”면서 “카카오페이 미래 준비와 전략 강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며 연임안을 올렸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업 연속성이 연임 근거로 보인다. 최근 카카오페이는 손해보험 부문 사업을 확장 중인데, 수장을 교체하면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외형적 성장도 꾸준한 상태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나 매출 기여 거래액 모두 2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류긍선 대표 연임도 논란의 대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의 회계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의도적으로 매출을 부풀렸다고 지적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은 ‘가맹 계약’을 맺는 가맹 택시 회사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반대로 케이엠솔루션은 ‘업무 제휴 계약(차량 운행 데이터 제공, 광고 홍보물 부착 등)’에 따라 가맹 택시 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것이 운행 매출의 16~17% 정도다. 금융감독원은 가맹 계약과 업무 제휴 계약을 하나의 계약으로 판단, 수익 총액(가맹 계약 수수료)에서 지급 비용(업무 제휴 계약 수수료)을 제외한 수익만 ‘매출’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두 건은 전혀 별개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 구조처럼 수익 총액을 매출로 인식하고, 업무 제휴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쉽게 말해 매출을 ‘총액법’으로 판단하느냐 ‘순액법’으로 판단하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양측 대립은 오래가지 않았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측이 한 발 물러섰다. 금융감독원이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류긍선 대표 해임 등의 제재를 사전 통지했고 카카오 측은 이를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되기 전인데 이미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인식 회계 기준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변경한 상태다. 하지만 류 대표 해임 등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맞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류긍선 현 대표 연임안을 상정, 류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류 대표 연임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회계 인식 방식을 정정하며 류 대표까지 내보낸다면 카카오 스스로가 고의성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며 “또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앞에 놓인 과제들을 풀기 위해서라도 류 대표 연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카카오가 문제적 인물들을 수장직에 내정한 건 ‘사업적 연속성’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앞서 정규돈 CTO 사례도 마찬가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월 말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차기 카카오 CTO로 소개하며 “복잡한 카카오의 서비스 기술을 이해하고, 1금융권의 기술 안정성 수준을 구축하기 위해 경험 있는 리더를 (CTO로) 선임했다”고 소개했다.

준신위도 ‘사실상 반대’ 입장 내놔

구체적 언급 없어 ‘소극적’ 비판도

카카오의 외부감사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이하 준신위)도 뒤늦게 인사 논란에 의견을 내놨다. 지난 3월 14일 준신위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카카오의 신규 경영진 선임 논란과 관련해 회사에 개선 방안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사 반대’ 의견을 카카오 측에 전달한 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인사 정책 제동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준신위 출범 전 김소영 준신위원장과 만난 뒤 “나부터 준신위 결정을 존중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며 전권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정규돈 CTO 선임 등을 강행할 경우 준신위 역할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준신위 역시 비판의 대상이라고 지적한다. ‘최소한의 액션’만 취했다는 평가다. 일단 준신위는 해당 자료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다. 정규돈 CTO를 겨냥했다고 추정할 뿐이다. 다만 IT업계 관계자는 “인사 관련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우니 특정 인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수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아쉬운 건 메시지가 전달된 시기인데,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가 정규돈 CTO를 내정한 건 2월 28일이다. 준신위는 2주 만에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쇄신의 상징’ 김정호도 떠났다
“제기 의혹들, 조사 결과 사실무근”
카카오 쇄신을 위해 구원 투수로 영입된 김정호 전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도 결국 해고됐다. 김 전 총괄은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해 회사 내부의 방만한 경영 체계와 부실한 의사 결정 구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일부 임원들이 카르텔처럼 업무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법인 골프회원권 남용, 불투명한 제주 본사 유휴 부지 공사 등 구체적 사례도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 측은 외부 로펌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최근 해당 로펌은 “제기된 의혹을 확인해보니 사실무근이거나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고 회신했다. 결국 카카오 상임윤리위원회는 김 전 총괄이 허위 사실에 기반한 명예훼손과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내 정보를 무단 유출했고, 언론 대응 가이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김 전 총괄을 해고 결정했다. 김 전 총괄은 윤리위 해고 결정을 수용하고 김범수 창업자가 세운 재단법인 브라이언임팩트의 이사장과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기로 했다.

김 전 총괄 해고를 두고 내부 반응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사내 규정을 위반한 것은 분명 문제지만, 누군가는 터뜨렸어야 할 얘기”라며 “쇄신의 상징적 인물이 떠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은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충분한 해고 사유”라면서 “심지어 사실 확인 결과 잘못된 부분이 많다면 윤리위 결정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2호 (2024.03.27~2024.04.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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