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유지영 2024. 3.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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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투표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대학 곳곳에 "내일을 위해 투표하자"는 릴레이 대자보가 붙고 있다.

지난 2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유정씨가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2030세대에게 총선에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대자보를 공개적으로 쓴 뒤부터다.

25일부터 28일 현재까지 서울 노원구의 서울여대를 비롯해 전국 11개 이상 대학에서 학생들이 '화답 대자보'를 작성, 교내 게시판 등에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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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유권자네트워크, 투표참여 독려 릴레이 대자보 캠페인... 11개 대학선 화답 대자보도 붙어

[유지영 기자]

▲ 한양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전세사기가 늘어나는 걸 보면 지금은 월세지만 나중에 전세 살면 사기 당하면 어떡하지 생각합니다. R&D 예산이 삭감되는 걸 보면서 연구직으로 살아가는 걸 고민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을 봤을 때는 주변에 생존자와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으면서 무섭기도 하고 내가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중략) '일단 내가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열심히 살지만 걱정도 되고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바쁜 하루겠지만 투표를 포기하면 더 우리의 삶이 안 좋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4월 10일 투표장에 꼭 갑시다."
ⓒ 오마이뉴스
 
"저는 정치도 잘 모르겠고, 뉴스를 열심히 보지도 않는 대학생입니다. (중략)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그날 제 동생이 이태원에 가서 아침에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자취방을 알아보면서는 사기당할까 무섭다고 온갖 법과 서류들 정보를 외우고 다녔으면서도, 군대를 간 친구들을 두었으면서도 그 이상 생각하지 않은 게 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낸 만큼, 저도 용기를 내겠습니다." - 동국대 대자보 중 일부

22대 총선 투표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대학 곳곳에 "내일을 위해 투표하자"는 릴레이 대자보가 붙고 있다. 

지난 21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유정씨가 참사가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2030세대에게 총선에 투표하자고 독려하는 대자보를 공개적으로 쓴 뒤부터다.
 
 이태원참사 유가족 유정씨(고 유연주씨 언니)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조성된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2030세대에게 총선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대자보를 작성했다.
ⓒ 권우성
 
유씨에 이어 22일에는 "누구나 그 물살에 휩쓸릴 수 있었다"라는 제목 아래 채상병 사망 사건을 언급한 해병대 예비역인 신승환씨가 대자보를, "서이초 사건 그 후, 교사도 학생도 죽지 않는 교실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예비교사 포포씨가 대자보를 썼다. 24일에도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모두 윤석열 정부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청년들로 22대 총선을 앞두고 '2030 유권자네트워크'라는 이름 아래 모였다. 

투표 참여를 호소하는 이들의 대자보는 전국 43개 대학에 붙었고 이후 화답 대자보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25일부터 28일 현재까지 서울 노원구의 서울여대를 비롯해 전국 11개 이상 대학에서 학생들이 '화답 대자보'를 작성, 교내 게시판 등에 붙이고 있다.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도 화답 대자보가 활발히 올라오고 있다.  

"전세사기가 늘어나는 걸 보면 지금은 월세지만 나중에 전세 살면 사기 당하면 어떡하지 생각합니다. R&D 예산이 삭감되는 걸 보면서 연구직으로 살아가는 걸 고민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것을 봤을 때는 주변에 생존자와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들으면서 무섭기도 하고 내가 아닌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제가 싫었습니다. (중략) '바쁜 하루겠지만 투표를 포기하면 더 우리의 삶이 안 좋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위해 4월 10일 투표장에 꼭 갑시다." - 한양대 대자보 중 일부 

"제 동생도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에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중략) 제 부모님도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중략)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숨통 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막막함과 불안감 위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건, 언제까지 이어갈 수 없습니다." - 서강대 대자보 중 일부

2030 유권자네트워크를 제안했던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8일 <오마이뉴스>에 "짧은 시간에 대학생 분들이 많이 화답해주신다니 감사하고 반갑다"라고 전했다. 그는 "청년 국회의원 후보자가 너무나 적고 2030 청년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공약이 논의조차 안 된다고 느끼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해서 (대자보 작성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삶의 전반에서 불안이 크게 늘어난다고 느낀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냉소하고, 정치에도 환멸을 느끼거나 무관심하기 쉽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투표로 바꾸자고 말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전국 대학에 붙은 '화답 대자보'의 사진과 내용. 

(관련기사 : "지겨운 절망을 넘어서 내일에 투표" 이태원 골목에서 쓰여진 공개대자보 https://omn.kr/27x4z)
 
▲ 서울교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원래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모두가 '별 탈 없는' 교직생활을 넘어 각자가 꿈꾸던 교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저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겠습니다. 예비교사들의 실망, 절망, 체념이 한국 사회에 남아있음을 그럼에도 교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남아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 서울교대의 대자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저는 이번이 첫 투표입니다. 사실 4월 10일이 투표라는 것도 어제 처음 알았습니다. 관심은 갖고 싶은데,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나한테 무슨 영향이 있나 싶어서 그냥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투표하려고 했는데요. 교사들을 위한 정책도 찾아보고, 교사 후보들도 찾아보고 꼭 투표하려고 합니다."
ⓒ 오마이뉴스
 
▲ 이화여대의 대자보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붙은 익명 대자보 "우리 손으로 불합리한 사회를 바꾸는 역사, 4월 10일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만들어갑시다. 유정님의 뜻을 이어받아, 시민을 죽이는 정치가 아닌 시민을 '살리는' 정치를 시작해봅시다. 투표합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을 4월 10일 투표장에서 만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 오마이뉴스
 
▲ 동국대의 대자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동국대에 붙은 익명 대자보 "저는 정치도 잘 모르겠고, 뉴스를 열심히 보지도 않는 대학생입니다. (중략)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저도 그날 제 동생이 이태원에 가서 아침에 덜덜 떨며 문자를 보냈었습니다. 자취방을 알아보면서는 사기당할까 무섭다고 온갖 법과 서류들 정보를 외우고 다녔으면서도, 군대를 간 친구들을 두었으면서도 그 이상 생각하지 않은 게 부끄러웠습니다. 여러분이 용기를 낸 만큼, 저도 용기를 내겠습니다."
ⓒ 오마이뉴스
 
▲ 서강대의 대자보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서강대에 붙은 익명 대자보 "제 동생도 이태원 참사 당일 이태원에 갈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중략) 제 부모님도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중략) 유정님, 이철빈님의 글을 보며 저도 함께 용기내봅니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숨통 트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막막함과 불안감 위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건, 언제까지 이어갈 수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 서울여대의 대자보 지난 27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 붙은 익명 대자보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부터 어느덧 17개월이 흘렀습니다. 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유족들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2024년 4월 총선이 진행됩니다. 우리와 함께 빛낼 수 있었던 청춘들을 위해 이태원 유가족들에게 지지를 표합니다. 우리는 나보다 강합니다.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 오마이뉴스
 
▲ 한국외대의 대자보 지난 27일 한국외대에 붙은 '보수 정당의 정치인이 집권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는 제목 아래 대자보를 쓴 익명의 학생은 "한국의 자살률 31.2%(2010년 기준, OECD 1위), 특히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입니다. 결혼하지 않아서, 아이를 낳지 않아서 문제라는 와중에도 청년들은 매일 죽어갑니다. 4월 10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1%가 아닌 99%를 위한 정당에 투표해주세요"라고 언급했다.
ⓒ 오마이뉴스
 
▲ 성균관대의 대자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데려갈 땐 국가의 아들, 책임질 땐 '누구세요' 지겨운 절망을 넘어 내일을 향해 투표합시다."
ⓒ 오마이뉴스
 
▲ 건국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 붙은 '건국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22학번' 학생이 쓴 익명의 대자보 "(이태원) 참사 현장에 미안하다는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는데,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죄송하다 사과 한 마디는 커녕 남은 사람들에게 상처만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줄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4월 10일 이제 총선이 2주 정도 남았습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 오마이뉴스
 
▲ 강원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평범한 일상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던 우리의 보통 청년들이고 주변의 이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자신은 물론 주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총선이 전세사기 문제에 무관심한 정부와 정치권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핵심 관련자들이 조직적 비호를 받으며 해외 대사로 임명되는가 하면 공천을 받고 총선에 출마하기까지 하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납니다. 하루빨리 올바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표를 통해 정권을 심판합시다."
ⓒ 오마이뉴스
 
▲ 한국교원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학교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바로 우리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의 손으로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한국교원대학교 학우 여러분! 우리의 미래와 우리의 사회를 결정짓는 4월 10일 총선에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시다!"
ⓒ 오마이뉴스
 
▲ 전주교원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전북 전주시 전주교원대학교에 붙은 '행복한 교실을 바라는 춘천교대생'이 쓴 익명의 대자보 "이제는 많이 알고 기억하기만 하는 것에서 넘어서 함께 행동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중략) 모두가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진심 어린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동참해주시기를 절실히 요청드립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함께 절망스러운 우리 교육을 바꿉시다.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 오마이뉴스
 
▲ 진주교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경남 진주시 진주교대에 붙은 '우리는 교육을 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익명의 대자보 "곧 다가올 4월 총선에서 꼭 투표하면 좋겠습니다. 교육현장 변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첫 시작이 투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교사라는 같은 꿈을 안고 진주교육대학교라는 공간에 모인 학우 여러분, 우리의 내일을 위해, 우리가 만날 학생들의 내일을 위해 투표합시다."
ⓒ 오마이뉴스
 
▲ 숙명여대의 대자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 붙은 '내일을 위해 우리 함께 투표합시다'라는 제목의 익명의 대자보 "저는 2023년 숙명여대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만을 했던 그 시간에 2022년의 할로윈은 수많은 청년들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숙명여대와 이태원은 정말 가깝더라고요. 제주도에 있는 엄마와 그때를 떠올리며 '네가 대학을 1년만 빨리 갔어도 너도 거기 있을 수 있었겠다'라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말 제게도 있을 수 있었던, 그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정말 화가 납니다. 참사가 있던 당시에도 '첫번째로 밀었던 사람은 누구냐', '마약 사건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말만 반복하며 결국 제대로 진상규명은 되지도 않았습니다. 국가가 이 문제를 제대로 책임지고 더 이상의 청년들이 죽지 않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의 국가는 청년들의 죽음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분노합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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