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백마리 귤 먹고 떼죽음…알고보니 화난 귤밭 주인 짓이었다
농약이 주입된 귤을 쪼아먹은 새 수백마리가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과수원 주인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서귀포시 남원읍 한 과수원에서 감귤에 주사기로 살충제 성분 농약을 주입해 이를 쪼아먹은 직박구리와 동박새 등 200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폐사한 새는 대부분 직박구리이고, 동박새 20여 마리도 포함됐다. 현장에서 살아 있는 개체는 한 마리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직박구리와 동박새는 대표 제주 텃새다.
전날 “새들이 무더기로 죽고 있다”는 행인 신고를 접수한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와 자치경찰은 현장 조사를 벌여 농약 중독을 폐사원인으로 추정했다.
자치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날 오후 3시30분쯤 주거지 인근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조사에서 범행 사실을 시인했으며 자치경찰은 A씨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도 수거한 상태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살충제 성분의 농약은 A씨 차량에서 발견됐다.
A씨는 자치경찰 조사에서 “새들이 과수원 귤을 쪼아먹어 화가 났다”며 “실제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감귤 일부와 수거한 사체 내 성분을 각각 분석해 피의자가 보관하던 농약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관련 증거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죽은 조류 샘플과 해당 과수원 감귤을 수거해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성분 분석도 의뢰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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