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마트료시카
2024. 3. 28. 19:11
이사를 했다
주전자엔 새 물이 끓고 있다
익숙한 데서 옮겨와
유리잔 몇 개는 꽃병이 됐다
문득 궁금했고 자주 궁금했던 친구들과 앉을
식탁엔 꽃병을 두었다 꽃도 말도 정성으로
고르고 묶으면 화사한 자리가 되어서
곁이란 말이 볕이란 말처럼 따뜻한 데라서
홀로는 희미한 것들도 함께이면 선명했다
모두들 어디로 간 걸까 왜 나만 남았을까
그런 심정은 적게 말하고 작게 접어서
비우고 나면 친구들이 와
새롭게 채워지는 것들이 있다 식탁엔
커피잔을 들면 남는 동그란 자국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남지은 시집 ‘그림 없는 그림책’ 중
“꽃도 말도 정성으로/ 고르고 묶으면 화사한 자리가 되어서/ 곁이란 말이 볕이란 말처럼 따뜻한 데라서/ 홀로는 희미한 것들도 함께이면 선명했다.” 몇 번이라도 다시 읽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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