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총책 잡아도 못 끝내…범죄 생태계 싹 바꿔야” [인터뷰]

김용현 2024. 3. 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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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경남 사천시의 한 아파트.

서울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는 최근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 9건을 추적했다.

4년째 서울경찰청에서 보이스피싱 수사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심무송 피싱범죄수사계장은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꾸준히 피싱 피해 데이터를 쌓고 분석한 뒤 경찰 조직이 다 같이 대응하면 보이스피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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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무송 서울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장
피싱 피해 데이터 분석 통해 범죄 수사
심무송 서울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장이 지난 2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25일 경남 사천시의 한 아파트. 경찰이 집안을 급습하자 변조 중계기 174대와 대포폰 48대가 발견됐다. 변조 중계기는 070 인터넷 전화 등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번호로 바꿔 수신자에게 표시하는 기기로,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운용하던 피의자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이 A씨 체포에 성공한 배경에는 피싱 피해 데이터 분석이 있었다. 서울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는 최근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 9건을 추적했다. 그 결과 모두 이 아파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런 방식을 활용해 지난 14일과 20일 각각 대구와 광주의 주택에서도 해외 피싱 조직에 조력하는 범죄자를 붙잡았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능화하면서 경찰 수사기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과거 신고된 개별 사건 하나하나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범죄 데이터를 모으고 유사한 패턴 등을 찾아 범죄 단체를 특정하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발생 현황 최근 연도별 추이. 서울경찰청 제공


4년째 서울경찰청에서 보이스피싱 수사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심무송 피싱범죄수사계장은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꾸준히 피싱 피해 데이터를 쌓고 분석한 뒤 경찰 조직이 다 같이 대응하면 보이스피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 계장의 컴퓨터에는 매일 전국에서 모인 70여 건의 새로운 피싱 범죄정보가 쌓인다. 그는 피싱 수사를 맡은 뒤 지금까지 방치됐던 6만 건의 피싱 수사 파일 속 3500여만 건의 범죄정보를 추출해 분석했다. 피싱 범죄의 경우 서울 등 특정 지역에서 해결한다고 범죄 자체가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 계장은 “보이스피싱 괴물은 머리만 자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피싱 조직의 범죄 총책만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심 계장은 전국의 피싱 피해 신고를 분석해 전화 발신지 등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4년 전만 해도 생소한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국내에서 피싱 범죄를 일삼는 중국 조직 수백 개를 특정해냈다. 현재 심 계장은 피싱 범죄 조직 정보를 각 시·도 경찰청과 공유하고 있다.

심 계장은 “보이스피싱은 수백 개의 범죄조직이 특정한 패턴을 갖되, 하나의 악성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구조다. 마치 코로나바이러스 같다”며 “조직 총책을 쫓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계를 바꿔 피싱 범죄 자체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무송 서울경찰청 피싱범죄수사계장이 지난 2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피싱 조직의 범죄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경찰이 변조 중계기를 압수하면, 대포폰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식이다. 심 계장은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들의 통상적인 피싱 수법을 숙지해두라고 조언했다. 피싱 조직은 주로 피해자의 공포를 자극하는 그루밍 방식을 쓴다. 또 통화 도중 텔레그램 디스코드 대화를 권유하는 경우가 잦다.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피싱 수법도 여전하다. 심 계장은 “구속영장을 휴대전화로 열람하게 해 준다거나, 금융서비스 수수료 보증금을 보내라는 식의 요구를 한다면 피싱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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