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정부 문건에 "우롱-철면피" 혹평 나오는 까닭

교육언론창 윤근혁 2024. 3.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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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야당 의원과 유보전문가-지자체 담당자, 부글부글... "빈껍데기 보고서"

[교육언론창 윤근혁]

 정부가 지난 27일 국회에 보낸 문제의 문건.
ⓒ 교육언론창
국회는 지난해 12월 26일 '유보통합(유치원 보육기관 통합)을 위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꼬리표(부대의견)를 이례적으로 달았다.

"정부는 안정적인 유보통합 추진을 위해 다음 사항들을 포함한 계획을 마련하여 3개월 이내에 국회에 보고한다.

가. 유보통합의 안정적 실현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 나. 지방자치단체 영유아보육 사무(조직, 정원 포함), 예산의 이관 방안, 다. 통합기관의 교원 자격기준·양성계획·처우개선 및 시설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통합모델 시안, 라. 영유아 보육·교육에 대한 무상지원 확대 등 학부모 부담 경감 방안."

유보통합을 위한 국가재정투자계획과 지자체 예산 이관방안, 통합모델 시안 등도 나오지 않은 채 정부조직부터 합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처사'란 반대 의견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달랑 5장짜리 문건 살펴본 전문가 "빈껍데기"

이로부터 3개월하고도 하루가 더 흐른 지난 3월 27일, 정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은 표지까지 모두 11쪽의 문건을 국회에 늑장 보고했다. 표지와 목차, 붙임자료를 뺀 본문은 달랑 5장이었다. 이 문건의 제목은 '유보통합 추진 주요 사항 보고'였다.

이 문건을 본 국회 교육위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까지 내어 "국회와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다" "철면피가 따로 없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유아교육과 보육관련 중견 전문가도 28일, 교육언론[창]에 "해당 문건은 당초 국회가 요청했던 부대의견 네 가지를 전혀 충족시킬 수 없는 빈껍데기 보고서"라면서 "국회와 국민 우롱수준의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늘봄학교 확대·유보통합 추진 계속'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교육언론창
도대체 이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있기에 이렇게 반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일까?

정부는 '국가재정투자계획 및 지자체 예산 이관 방안'에서 "(국고의 경우) 현행 국고 영유아 보육예산은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된다"면서 "오는 2015년 12월 종료예정인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를 확대·개편한 특별회계 신설 검토"라고 적어놓았다.

정부 "유특회계 확대·개편한 특별회계 신설 검토", 하지만...

하지만 구체적인 국고 지원 액수나 특별회계 신설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게다가 문건은 "시도·시군구 예산의 경우 시도교육청·시도·시군구 간 협의 결과를 고려하며 예산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만 적었다. 현재 시도와 시군구의 영유아 보육 예산규모는 5조 원에 이른다. 이를 어떻게 유보통합 예산으로 충당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 결과를 고려하겠다'라고만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현재 시도와 시군구가 부담하는 보육예산은 대략 5조 원 규모이며, 이중 국고보조사업 대응예산이 3조 원, 지자체 자체사업(특수보육시책)이 약 2조 원 규모"라면서 "자체사업의 경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실시하는 사업으로, 중앙정부가 이관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유보통합을 통해 보육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될 경우, 자체사업 예산은 편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다. 보육업무가 교육청으로 넘어갔으니 기초지자체는 담당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예산 협의하겠다"?... 지자체협의회 "그건 국고에서 부담하라"

'2조원에 이르는 자체사업 예산을 지자체에서 편성하지 않을 것이니 국고에서 부담하라'는 의미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보 예산은 커다란 구멍이 생길 수 있는 비상상황인데도 이에 대해서 정부 문건은 '협의'만 운운하고 넘어간 것이다. 
 
 국회 교육위 강민정, 김영호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유보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민정 의원실
ⓒ 교육언론창
정부 문건에서 '지자체 영유아 보육 사무 이관방안' 내용은 더욱 엉성하다.

정부는 해당 문건에서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자치법 개정 등을 통해 사무 이관을 진행하며 안정적 이관을 위해 법률 개정 시 충분한 경과기간 반영이 필요하다"면서 "(정원의 경우) 시도교육청·시도·시군구 협의 결과를 고려하며 적정 정원을 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충원에 대해서는 "시도·시군구로부터 전입, 파견, 신규충원, 내부 전보 등으로 충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무와 인력충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한 채 '협의해서 적정 인원을 배정할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구체 방안 없이... '협의' 메들리만 수두룩

당초 지난해 12월에 내놓기로 했던 '유보통합모델 시안'에 대해 정부 문건은 "통합모델 시안을 포함한 영유아 보육·교육 질 제고 방안을 2024년 상반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적었다. 발표 시기를 6개월 이상 뒤로 미뤄놓은 셈이다.

주요 내용 또한 "교사자격체계 개편은 '교원의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방향', 교원양성체제는 '질적으로 상향된 양성체제 도입', 근무여건은 '개선', 교육과정은 '일관성 측면에서 개정', 교육환경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기준 개선"이라고 표현했다. 원론적인 이야기만 적시해놓은 셈이다.

전문가 "정부가 방안 갖고 있지 못한 것 반증하는 문건"

이에 대해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중견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국가재정투자계획과 지자체 예산, 인력, 사무 이관에 대한 구체안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게 정말 놀랍다"라면서 "학부모 부담경감, 통합모델 시안 등의 내용도 제대로 국회에 보고할 수 없을 만큼, 정부가 스스로 제대로 된 방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문건"이라고 혹평했다. "정부조직법 통과 전 세밀한 계획을 세우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추진한 당연한 결과"라고도 짚었다.

그러면서 이 전문가는 "유보통합은 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유보통합 관련 교육부 인적 쇄신과 추진방향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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