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난민은 지원금 못 받게 한 규정… 헌재 “평등권 침해” 위헌결정

김정연 2024. 3. 28. 17: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난민을 제외한 정부의 규정은 평등권을 위배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헌재로 들고간 건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난민 A씨다. A씨는 2016년 F2(거주)자격으로 등록한 외국인이고, 2018년 3월 난민인정 결정을 받았다. A씨의 배우자와 딸도 모두 외국인 등록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함께 살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던 2020년 처음 발생했다. A씨는 주민센터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는데, “내부규정에 따라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없다”는 답을 들었다. 외국인은 영주권자, 결혼이민자만 지급대상으로 포함하고, 그밖의 외국인인 난민인정자는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재난지원금 신청하러 갔더니 “외국인가구 난민은 지원 못해”


A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똑같이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 중에서 영주권자 및 결혼이민자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 포함하고, 다른 외국인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건 난민인정자인 A씨의 평등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거였다.

문제가 된 조항은 2020년 5월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구성 및 이의신청 처리기준(2차)’이다. 세부기준에서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를 언급하면서, ‘영주권자’ ‘결혼이민자’만 적시해 여기 포함되지 않는 ‘난민’은 가구원 중 한국인이 없을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배제됐다.

■ 관계부처합동 ‘긴급재난지원금 가구구성 및 이의신청 처리기준(2차)

「 I. 가구구성 관련 기준

〈2〉 가구구성 세부기준
(재외국민․외국인)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등재된 재외국민과 국민이 1인 이상 포함된 세대에 등재된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한 (후납)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 ⇒ 지급대상 포함
- 단, 외국인만으로 구성된 가구에 해당하더라도 영주권자(F5), 결혼이민자(F6)가 내국인과 동일한 (후납)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자인 경우* ⇒ 지급대상 포함
* (예) 영주권자 혹은 결혼이민자인 외국인 특례 적용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시설 거주 중인 경우

헌재는 재판관 9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 조항들이 A씨의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적 타격을 입은 건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간에 차이가 없다”며 “그 회복을 위한 지원금 수급 대상이 될 자격도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이들이 강제송환금지의무에 따라 보호를 받으며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취업활동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점 등도 동일하고, ‘재한외국인 처우기본법’에서도 셋이 법적 지위는 다르지만 동일하게 지원하는 점도 들었다.

헌재는 지난해 6월 말까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이 1381명뿐이란 점도 들어 “난민인정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해서 재정에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