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승’ 거둔 임종윤 형제…한미-OCI 통합 ‘사실상’ 무산(종합)

김성아 2024. 3. 2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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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측 신규 이사 5인 전원 이사회 진입 ‘압승’
임종윤 “주주의 승리, 이런 일 다시 없게 하겠다”
OCI, 모녀 패배에 서둘러 통합 절차 중단 수순
한미그룹 창업주 故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보이던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OCI그룹이 통합 절차 중단을 선언한면서 두 그룹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가 장장 7시간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의 승기는 형제에게로 돌아갔다.

이날 주총은 제2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이 핵심이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사 6명 선임안'과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형제의 '이사 5명 선임 주주제안'을 놓고 박빙의 표 대결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거듭된 정회와 양 측의 팽팽한 기싸움에 수 시간이 소요된 해당 표결은 형제 측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형제를 비롯한 형제 측 이사 후보진은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했으나 한미사이언스 측 신규 이사 후보 6명은 모두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다.

소액주주 마음 못 돌린 모녀…임종윤 “소액주주아닌 그냥 주주의 승리”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서울이 아닌 경기도 화성시에서 주총이 열린 탓에 주총장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현장에는 70명 남짓한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로 막을 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위임장 집계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날 주총은 소요 끝에 당초 예정된 오전 9시가 아닌 정오를 훌쩍 넘긴 시간에야 겨우 시작됐다.

이날 주총은 그룹의 경영권을 쥘 오너 일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표결이 예정된 만큼 많은 주주들이 참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본인 및 위임장 대리를 맡긴 2160명의 주주가 참여했다. 전체 발행주식수 6995만6940주 중 의결권 있는 주식 5962만4506주(88.0%)가 출석함에 따라 적법 요건을 갖췄다.

형제 측 승리의 주역은 단연 소액주주(지분 1% 미만 주주)다. 주총에 앞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국민연금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한 대주주들이 각각 형제와 모녀 편으로 갈라지면서 양 측의 우호 지분 차이는 단 2%p가량으로 좁혀졌었다.

다만 모녀가 추진한 그룹 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형제가 제기했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가 주총 이틀 전 기각되면서 승기는 모녀에게로 넘어간 모습이었다. 이에 형제의 운명은16.77%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의 손에 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표결은 소액주주 표심의 중요성을 방증이라도 하듯 근소한 차이로 양 측의 희비를 갈랐다. 일각에서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모녀가 소액주주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모녀는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 현장에 불참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은 주총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주주라는 ‘원 팀(One Team)’은 법원도, 국민연금도 다 이겼다”며 “개인이 아닌 마지막까지 모였던 우리의 힘이 승리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한미사이언스가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 등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또 지나치게 길어진 주총에 주주들이 많이 고생하셨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 중단 뜻 밝힌 OCI홀딩스…임종윤 “협력할 부분 많을 것”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장 입장에 앞서 취재진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성아 기자

이날 주총장에 참석한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이사 선임의 건 표결 개표를 위해 주총이 잠시 정회된 사이 주총장을 떠났다. OCI홀딩스는 개표 결과에 따라 이사회 윤곽이 드러나자 곧바로 입장문을 내 “통합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었던 양 그룹의 통합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한미그룹의 미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임 전 사장은 OCI홀딩스의 통합 중단 선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OCI와는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처럼 복잡한 구조만 아니라면 언제든지”라고 열린 태도를 보였다.

향후 경영 행보에 대해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무너진 한미그룹의 브랜딩을 신속하게 복구할 예정”이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부합하고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추후 정식으로 자리를 만들어 우리 경영 비전에 대해서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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