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대박엔 이유가 있다… 美 하버드대 분석은? [푸드 트렌드]

이슬비 기자 2024. 3. 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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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미국 K-푸드 페어 B2C 홍보 행사’./사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최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2024 푸드 트렌드는 바로 'K-푸드'다. 미국 식음 트렌드 컨설팅 업체 에이에프앤드코(Af&co)가 올해 초 '2024 식음료 트렌드' 10가지를 선정했는데, 그중 '한식'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지난해 말 네덜란드 식품 산업 컨설팅 업체 '푸드바이디자인'도 2024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한식을 꼽았다. 실제로 한식은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는데, 지난해 틱톡 등 SNS에 '김밥' 관련 영상만 무려 13억 개가 올라올 정도였다.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빙그레, 풀무원, 농심은 지난해보다 각 185.2%, 135.4%, 89.1%나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불닭볶음면으로 먼저 해외 소비자에게 주목받은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매출이 8000억원을 넘어섰다. 5년 연속 해외매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K-푸드 열풍의 시작은 'K-컬처'였다.

◇K-푸드 대박 난 이유… 하버드서 연구했다
K-푸드의 인기에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는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포레스트 라인하르트(Reinhardt) 교수, 소퍼트 라이너트(Sophus A. Reinert) 교수와 슈 린(Shu Lin) 연구원은 CJ제일제당 사례를 중심으로 K-푸드 세계화 성공 과정을 분석해,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서 공개했다. 연구팀은 K-푸드 경쟁력의 원천을 K-컬처로 꼽았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먼저 퍼져나간 덕분에 한국의 음식 산업까지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짧은 시간 빠르게 산업화, 현대화를 이룬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 정책에 의존해 대부분 상품을 수출해 왔는데, 이번 K-푸드는 '한류'라는 소프트웨어가 먼저 확산한 후 생산 시설 확대로 이어져 산업 전체 규모가 커진 이례적인 사례로 봤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 교재에서는 "한국의 K-컬처는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 현상이 됐다"며 "K-푸드는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함께 조명받게 됐고, 한식 시장의 규모까지 덕분에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고 했다.

SNS를 통해 K-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맨 오른쪽 사진은 불닭볶음면을 들고 있는 미국 유명 래퍼 카디 비(Cardi B)./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영화 '기생충'이 짜파구리를 알렸고, '오징어 게임'이 달고나 판매를 달궜다. 푸드바이디자인은 "한국 드라마 ‘이상한 나라의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유럽에서 김밥 인기를 전파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냉동 김밥의 인기가 또한 거세졌다"라고 했다. K-팝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 지민이 떡볶이를 먹자 해외 팬들이 떡볶이를 궁금해했고, 방탄소년단 정국이 불닭볶음면과 너구리를 섞어 만드는 '불구리'를 먹자 세계적인 챌린지가 됐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음악, 영화, 드라마 등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아졌다"고 했다. K-컬처는 새로운 마케팅 플랫폼이 되기도 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 교재에서 "2023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엔 CJ가 주최한 케이팝 콘서트 행사를 보기 위해 14만 명이 몰려들었다"며 "CJ제일제당은 이곳에 부스를 차려놓고 만두와 떡볶이 같은 K-푸드를 팔았는데, K-컬처가 지닌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

◇정부까지 총대 메고 나섰다… K컬처 앞세워 K-푸드 수출 확대
정부에서 직접 K-컬처로 K-푸드 홍보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종합지원시스템으로 K-콘텐츠에 홍보할 식품기업 11개 사를 모집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지난 2022년부터 농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류를 이용해 K-푸드를 소개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실제로 좋은 결과를 봤다. 지난해 12월 방영된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서 포도와 파프리카를 선보였는데,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포도의 싱가포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6%나 향상했다. 올해 1월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떡볶이를 홍보했다. 농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사업을 강화해 갈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K-콘텐츠에 홍보할 식품기업을 10개 사만 모집했지만, 올해부턴 상품 홍보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작할 1개 사를 더 모집한다.

그래픽=이슬비 기자
◇반짝인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K-푸드의 인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강릉원주대 식품가공유통학과 이동민 교수는 "한류를 통한 식품업계의 수출 호황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식문화 중 하나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기업은 실제로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재에서 "CJ제일제당은 해외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해 글로벌 전략 제품을 선정했는데, 특히 만두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고수를 넣은 제품을 만들거나, 한입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시장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했다. 이어 "나라별로 인구와 소득, 한식당 수와 콜드체인 인프라까지 면밀히 검토하면서 K-푸드를 확장해 나간 것이 영토를 더욱 넓힐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보를 함께 전달하고, 브랜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쉬운 예로 음식 명칭이 있다. 일본 음식은 '사시미', '사케', '돈가스' 등으로, 이탈리아 음식은 '파스타','라자냐', '젤라토'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 음식은 '한국식 치킨', '한국식 바비큐' 등 정확한 이름 없이 유행하는 식품이 많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이름으로 등재된 식품은 8개, ▲김치 ▲불고기 ▲비빔밥 ▲소주 ▲된장 ▲고추장 ▲막걸리 ▲김밥 등 뿐이다. 이마저도 김치, 불고기, 비빔밥을 제외한 5가지는 지난 2022년에 새로 추가됐다. K-푸드를 제대로 먹는 방법도 함께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동민 교수는 "일시적 체험이나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계속 해당 음식을 찾을 수 있게 최상의 맛으로 먹을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전달돼야 한다"며 "콘텐츠로 K-푸드가 알려질 때 그런 설명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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