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생일 축하해주는 소나무

완도신문 유영인 2024. 3.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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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겪으며 둔덕 지킨 완도 생일송

[완도신문 유영인]

ⓒ 완도신문
전남 완도 약산 당목항에서 카페리를 타고 20여분을 가면 전라남도 선정 '가고 싶은 섬' 생일도(生一島)에 도착한다. 섬의 이름이 생일도이다.

행정지명으로는 완도군 생일면이다. 이곳 서성항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면 바로 마주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생일케이크이다.

이 케이크는 비록 인공구조물이지만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와 똑 같이 만들어져 있다. 

특이한 건 생일을 맞이한 사람이 케이크에 설치 된 버튼을 누르면 생일축하 노래가 흘러나와서 생일을 맞이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요즘으로 말하면 핫 플레이스다. 케익을 뒤로하고 30여m의 언덕을 오르면 커다란 소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생일 송(松)이다. 소나무 주변은 한때 경작지이자 서성마을 어린이들의 놀이터였으나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난 2018년 잡초를 제거하고 주변을 정리하여 봄이면 유채꽃이 가득하고 나무 주변에는 데크를 깔아 관광객이 찾아오면 쪽빛 바다를 보며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자 생일을 대표하는 생일 송(松)이 있는 작은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태풍과 해풍, 산전수전 다 겪은 생일 송

생일 송은 한때는 밭이었던 둔덕에 외로이 홀로 우뚝 서 있다, 그래서 더 고고하게 빛을 발하는지 모른다. 수령 200여년, 수고 15m, 흉고둘레 250cm로 소나무로서는 비교적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아니다. 

소나무로서는 이제 막 청년기에 접어든 나이지만 그렇다고 얕잡아볼 나무도 아니다, 여름이면 태풍에 시달리고 겨울이면 북쪽에서 바다건너 불어오는 워낙에 강한 해풍을 마주하며 시달리다보니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랐다. 

그래도 생일송은 가지하나 훼손되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켜 오늘날 생일을 대표하는 나무가 된 것이다.    

생일 송은 정말 튼실한 줄기가 하늘로 뻗고 그 줄기를 바탕으로 마치 속리산의 정 2품 소나무처럼 수형이 잘 잡혀있다. 나무 밑둥은 잡석(雜石)으로 덮여있어 어떠한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을 만큼 강해 보인다, 

흉고 높이 표피는 거북 등처럼 갈라져 나무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데 청년기를 맞이한 나무이니 지금보다는 미래가 더 밝은 나무이다.
 
ⓒ 완도신문
 
ⓒ 완도신문
 
ⓒ 완도신문
생일송이 있는 곳은 경치가 매우 뛰어나다. 이곳에 올라서면 생일도의 진산 백운산(白雲山)을 볼 수 있고 앞으로는 멀리 득량만(得粮灣)과 장흥의 천관산(天冠山), 고흥 거금도(居金島)의 적대봉(積臺峰)을 조망 할 수 있다. 

나무 밑에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에 좋은 긴 의자 두 개 놓여져 있다. 또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인증 샷 촬영을 위해 12지상을 설치하여 놓았다.            

정종관(42. 서성마을 어촌계장)씨는 ″우리가 어릴때는 거기가 우리 마을 애기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여름과 가을에는 풀썰매(비료 포대에 마른 풀을 집어넣고 풀이 긴 경사진 언덕에서 비닐포대를 타고 노는 놀이)를 날마다 타고 놀았어요, 경사가 급하지 않으니 애기들이 다치지도 않고 아주 풀썰매를 타기에 딱 좋은 곳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겨울철이면 거기가 바람이 말도 못하게 쌥니다, 장흥 천관산을 넘은 바람이 생일도를 향해서 무지막지하게 불어대요, 그래서 거기서 연을 날리면 그렇게 연이 잘 날라요, 겨울철이면 코감기를 달고 삼스로 밥만 묵으먼 거기서 연을 날리고 놀았어요, 연이 잘 날리는 것을 보고 여기서는 바람탄다고 그러거든요 거기는 항상 연이 바람을 타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연 날리기에 가장 좋은 곳이 생일 송이 있는 그 자리일 겁니다″라고 했다. 

생일도의 특산물은 미역과 다시마다. 물론 전복양식도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미역과 다시마 양식을 주업으로 살아간다. 

미역은 오늘날 건강식품으로 널리 각광받고 있다. 몇 해 전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출산 한 고래가 자연산 미역을 먹는 것을 방송하여 큰 방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생일을 맞이하면 반드시 먹어야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미역국이다.

그래서 생일면에서는 생일을 맞이한 관광객이 생일도를 찾아 올 경우 특산물인 건조한 줄기미역을 선물로 한 아름 주고 있다. 특산물과 섬의 이름이 이렇게 우연의 일치로 연결되기가 어려운데 참으로 신기 할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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