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제발 전문 외교관에게 맡겨라"…'갑질 의혹' 정재호 주중대사 [뉴스속인물]

박상우 2024. 3. 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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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의혹 제기돼 조사…"관련 제보 있어 사실관계 확인 중"
정재호, 부임 기간 중국과 접촉 부실하다는 비판 받아…올해 중국 인사와 접촉한 일정 단 3건
2022년 첫 간담회 이후 특파원 질문 거부하고 미리 접수된 질문만 답변해 '불통' 논란도 야기
尹대통령과 충암고 동창으로 지난 대선 당시 정책 자문도…2022년 제14대 주중대사 취임
정재호 주중국한국대사.ⓒ연합뉴스

현 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도 정치인과 교수, 기자 등이 자신들의 비전문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흠모하는 정부 부처가 외교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이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면서 자신의 다음 선거에 찍을 사진이나 챙기고 말같지도 않은 상아탑의 외교실험 등을 마구잡이로 자행하는 동안 우리의 외교정책은 산으로 향하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널을 뛰었다. 특히 그들이 먹튀한 뒤의 책임과 뒷감당은 고스란히 실무 외교부 공무원들의 몫으로 남아 오만군데 죄인처럼 불려 다니며 온 몸으로 메워야 했다.

외교부의 해외 공관들은 이미 자기들의 자식, 외국에서 공부시키겠다는 열망 하나로 똘똘 뭉친 타 부처 공무원들이 틈만 나면 노리는 먹이감이 된 지 오래이다. 자격도 염치도 없이 온갖 구실과 이유를 갖다 대며 무조건 밀어부치는 그들의 저돌성과 뻔뻔함에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매일 매일 나라 밖에서 살아 있다.

외교부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듣보잡 같은 외교가의 어중이 떠중이들이 대통령 혹은 영부인 등과의 친분만을 앞세워 밀고 내려와 아무 한 일 없이 사고만 치고 방해만 하다 유유히 떠나는 부처가 외교부"라면서 "진영과 여야를 떠나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버젓이 횡행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외교는 제발 전문 외교관에게 맡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번에는 또 누가 무슨 사고를 쳤을까. -편집자 主-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재외국민 투표 첫날인 27일 정재호 주중국한국대사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주중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정재호 주중대사가 대사관 직원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외교부가 조사에 나섰다.

28일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주중대사관에 근무 중인 주재관 A씨는 이달 초 정 대사에게 비위 행위가 있다며 외교부 본부에 신고했다.

A씨 신고에는 정 대사가 폭언 등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외교부 소속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중국에 파견한 주재관 신분이다.

이날 한국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 대사는 평소 직원들에게 "이런 머리로 여태 일을 해왔나", "박사까지 했다는 사람 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주중대사관 안팎에선 정 대사의 폭언이 A씨뿐만 아니라 평소 다른 직원들을 상대로도 이어져 온 일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대사관 관련 제보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외교부는 외교부 직원의 갑질 등 비위행위가 발생하면 공정한 조사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부 감사팀의 현지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 등을 조만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022년 6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앞서 정 대사는 부임 기간 중국 측과의 접촉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주중대사관이 올해 들어 공개한 정 대사 일정 가운데 중국 측 인사와의 접촉은 지난달 1일 후헝화 충칭시장과의 면담을 비롯해 ▲우하이룽 중국 공공외교협회장(지난달 20일) ▲왕차오 중국 인민외교학회장(1월 16일)과의 오찬 협의 등 3건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 대사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현지 주요 인사와의 교류에 쓰이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직접 접촉한 횟수는 1건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주중대사관의 정무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률은 12%(약 670만원), 경제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률은 14%(약 780만원)로 집계됐다.

정 대사는 또한 2022년 9월 첫 간담회 이후 특파원들의 질문을 거부하고, 이메일로 미리 접수된 질문에 한해 준비된 답변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 '불통' 논란도 빚고 있다.

1960년생인 정 대사관은 서울 충암고를 거쳐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서울 충암고 동기 동창이고 함께 서울대를 졸업한 인연이 있다.

이후 미국 브라운대 졸업하고 1987년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과 조교를 시작으로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홍콩 성시대 연구위원을 역임한 뒤 1996년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이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정책 자문을 했고,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엔 한미정책협의대표단에 포함돼 박진 전 외교장관 등과 함께 미국을 방문해 윤 대통령의 대(對)중국정책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정 대사는 그해 6월 주중대사에 내정됐고, 8월 제14대 대사로 정식 취임해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다. 그간 주중대사는 고위 직업 외교관 출신과 대통령의 측근 정치인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학계에만 있었던 정 대사의 발탁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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