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원인 규명' 전환…美 "책임 있는 모든 회사에 책임 물을 것"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에 대한 대응이 실종자 수색에서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으로 전환됐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새벽 컨테이너선 충돌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만이다.
피트 부티지지 미 교통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수색작업을 중단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사고 수습과 항구 및 교량 재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구조 당국은 이날 실종자 6명 가운데 2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나머지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종자들은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 이주 노동자들로 사고 당시 붕괴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에서 보수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다.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수색을 종료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 동부의 주요 물동항인 볼모어항의 폐쇄로 미국 전체 경제에 심대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부티지지 장관은 “항구에서 일하는 8000명의 경제적 영향이 불가피하고, 볼티모어항이 최대 자동차 수출항이라는 면에서 공급망에 끼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과거 교량이 건설될 때 5년이 걸렸다”며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태 수습과 함께 이번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이날 24명의 수사관으로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사고 선박의 블랙박스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교량에 충동한 선박 ‘달리호’의 선장과 승무원 일부에 대한 진술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달리호가 충돌 직전 ‘완전 정전’ 상황에 처해 통제 불능 상태에서 충돌 가능성을 보고한 뒤 교량을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향후 조사는 달리호의 정전이 초래된 원인을 규정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원인 규명 이후엔 교량 붕괴와 항만 폐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물론 이후 교량 재건설 등에 대한 책임과 관련한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보험업계에선 소송 결과에 따라 달리호를 소유·관리해온 싱가포르 회사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이 10억 달러 이상의 역대 최고액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 미클러스 미국해양보험협회 회장은 이날 CNN에 “경우에 따라 2012년 이탈리아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 침몰로 33명이 사망했을 때 지급된 15억 달러의 보상금을 초과할 수 있다”며 “정확한 추산은 이르지만, 최소 10억 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부티지지 장관도 이날 “책임과 의무가 있는 모든 민간 회사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건조된 달리호를 만든 곳은 한국의 현대중공업이다. 미국 언론들은 달리호가 조종사 과실로 2016년 출항 과정에서 선체가 손상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진행된 20회의 검사에서 중대 결함에 해당하는 ‘억류 조치’를 받은 적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도 “현대중공업에 대한 조사 협조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협조 요청이 오더라도 책임을 묻는 형식이 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미국 법조계에선 최종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 10년 이상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붕괴된 교량에 깔려 있는 달리호에 컨테이너 박스들이 적재돼 있어 조사당국이 인양을 위해 선박에 접근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볼티모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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