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전에 '노크'…대기업 M&A 군불 지핀다
롯데·LG·한화 등 M&A 전략 재정비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2017년 10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 이후 대형 M&A가 전무했던 삼성전자가 수조 원대 글로벌 M&A 원매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롯데, LG, 한화 등 타 그룹들도 전략을 재정비하며 기업인수 참전을 위한 군불을 지피고 있다.
M&A 참전 소식 들리는 삼성, 실탄 충전하는 LG
28일 주요 외신 보도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독일 콘티넨털 전장사업 부문 매각, 아일랜드 존슨콘트롤즈 인터내셔널(Johnson Controls International) 냉난방공조 사업부 매각 등 글로벌 M&A 원매자 리스트에 삼성전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선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초대형 M&A 참여 소식도 있다. 삼성전자가 아일랜드 존슨콘트롤즈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부 인수를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 내용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시아경제에 "그건 풍문이니 너무 깊게 생각 말라"며 존슨콘트롤즈 인수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대신에 "다양한 회사들을 보고 있다"며 "국가 간 이해관계까지 복잡한 게 많지만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부회장은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삼성전자의 M&A가 많은 부분이 진척됐다"며 "조만간 주주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독일 기업 콘티넨털의 전장사업 부문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871년 설립된 콘티넨털은 보슈, 덴소, ZF, 마그나 등과 견줄만한 세계 10대 자동차 부품기업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7년 만의 대형 M&A다.
LG그룹에서도 M&A를 위한 밑작업이 진행 중이다. LG전자에서 에어컨 공기청정기 사업 등을 구상하는 에어솔루션사업부는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투자금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LG전자가 ZKW(1조4000억원 규모)를 인수하고, LG화학이 2022년 아베오(약 7000억원) 인수를 단행한 후 LG그룹에서 대형 M&A라고 언급될 만한 건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주주총회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M&A 구상을 주주들에게 전하면서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 발표를 하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며 "앞으로 조인트벤처(JV)나 지분투자, M&A 등의 자본 투자를 늘리고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도 JV나 M&A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 빠른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지분투자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겠다"며 "아마 조만간 이야기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관심 M&A 분야에 대해선 플랫폼, B2B(기업 간 거래) 등을 꼽았다.
M&A 전담팀 꾸린 롯데, 신사업 기회 엿보는 현대차·한화그룹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를 중심으로 미래성장실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적이다. 그중에서도 1977년생인 서승욱 상무를 미래성장실 산하 신성장팀장으로 선임한 것을 눈여겨볼 만하다. 서 상무는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출신으로, 롯데로 이직한 뒤엔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 산하 신성장1팀에서 그룹의 M&A를 담당해 왔다. 서 상무는 2018년 롯데 금융사 매각 작업에 참여했고, 2020년엔 롯데의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올해 신성장팀장으로 낙점된 서 상무가 미래 신사업 확대를 위한 추가적인 M&A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굵직한 M&A를 이어왔다. 2021년 글로벌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2022년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사들였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 등 유망 스타트업에도 지분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전기차, 로봇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추가 M&A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역시 기존 사업 재정비와 함께 M&A 기회를 물색 중이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고 '한국형 록히드마틴' 사업구상을 완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해 온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IB 업계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인수 및 매각 전문가 영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재생 에너지 관련해서는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서 M&A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최근 한상윤 한화솔루션 전무는 주주총회에서 "단순 모듈 판매를 넘어 태양광 발전 단지 종합설계시공(EPC) 및 개발에서 운영까지 다양한 사업을 지속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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