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간절함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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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가수 장나라가 최고의 엔터테이너 대열에 올라선 데는 극적인 과정이 있었다.
데프콘(본명 유대준)도 간절함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장나라나 데프콘의 경우처럼 간절함이 밴 노력은 즐거움을 넘어 감동마저 선사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는 정치해선 안 될 것 같은 인사들의 간절한 권력욕만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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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가수 장나라가 최고의 엔터테이너 대열에 올라선 데는 극적인 과정이 있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녀는 2001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에 깜짝 발탁된 뒤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시트콤을 연출했던 김민석 PD는 2018년 12월 모교 한양대에서 재능 기부인 TED 강연회를 통해 장나라의 캐스팅 비화를 소개했다. 누군가는 그녀의 성공을 기적 같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신인 가수의 간절함과 열정이 빚어낸 결실이라는 내용이었다.
시트콤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고 한다. 시청률이 바닥을 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연 여배우가 갑자기 하차했다. 인기 없는 시트콤이어서 대체 연기자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끙끙대며 골머리를 앓던 그는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TV를 보다 자신이 예전에 연출했던 가요 프로그램에서 순위를 소개하는 앳된 여가수를 발견했다. 그녀는 주인공이 아니었지만 대본을 완벽하게 외웠고 지루한 순위 소개를 재미있게 진행했다. 김 PD는 표정만 보고도 그 가수가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바로 장나라였다. 아이돌 그룹 데뷔가 무산된 그녀는 솔로로 데뷔하고서도 신통찮은 성적을 얻어 생방송에 나설 수 없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순위 소개를 맡았다. 관객들의 환호로 가득 찬 무대에 가수로 서는 대신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크로마키 창을 두고 순위 소개를 찍었을 텐데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간절함이 통한 순간이었다.
데프콘(본명 유대준)도 간절함으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으면서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2011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 조정 특집에서 게스트로 처음 등장한 그는 열정적인 방송 태도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예명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는 원래 어둡고 공격적인 하드코어 힙합 래퍼였다. 한국어로만 찰진 라임을 구사하는 1세대 래퍼로서 명반을 쏟아내며 한국 힙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대중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무명의 설움이 컸을까. 그는 정형돈의 섭외 전화를 받고는 부리나케 달려왔다. 촬영장까지 차로 1시간 넘는 거리에 있는데도 ‘샤워 끝내고 다 왔습니다’라며 너스레를 떠는 데프콘의 전화 목소리에는 경쾌하고도 묘한 절박감이 묻어 있었다.
파란색 양복을 빼입고 한껏 올린 머리를 한 데프콘이 홍삼 음료수 상자를 들고 헐레벌떡 등장하는 신과 의욕이 넘친 나머지 로잉머신을 과하게 당기다 선글라스 뒤에 숨겨졌던 기진맥진한 얼굴이 불쑥 나오는 신은 한국 예능계에 회자되는 명장면이 됐다. 이날 활약 덕분에 데프콘은 이후 무한도전 고정 게스트를 거쳐 인기 방송인으로 거듭났다. 유튜브 관련 영상에는 “절실함이 만든 명장면”이라거나 “운이 따라야겠지만 홍삼 사서 달려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는 식의 칭찬 일색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비례 전문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 그들이 앞세운 비례대표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반미운동을 주장했던 사람도 있고 자녀 입시비리로 2심까지 유죄를 받은 사람과 공금횡령,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있다. 소수의 정치세력이나 각 분야 전문가를 배려한다는 취지는 온데간데없다. 국민을 대신해 나라를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데 저마다 ‘내 편 부풀리기’에 열중한 결과다.
장나라나 데프콘의 경우처럼 간절함이 밴 노력은 즐거움을 넘어 감동마저 선사한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는 정치해선 안 될 것 같은 인사들의 간절한 권력욕만 넘실댄다. 감동 주는 정치가 아니라 감동 파괴 정치가 될 게 뻔하니 벌써 걱정이다.
김상기 콘텐츠퍼블리싱부장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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